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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기호일보 DB
최근 고소득이 보장되는 택배기사를 모집한다며 냉동 탑차를 강매하는 취업사기가 구직자들을 울리고 있다. 차량 구매를 위해 대출까지 감행한 구직자들이 뒤늦게 사기를 알아채더라도 뚜렷한 구제 방법은 없다.

인천시 서구에 거주하는 A(33)씨는 지난달 국내 유명 구직사이트를 살피던 중 대형 택배업체 배송기사를 모집한다는 글을 발견했다. 최상의 근무환경과 복지 혜택은 물론 초보라도 월소득 450만 원 이상 보장된다는 솔깃한 내용이었다.

면접을 보러 간 A씨에게 채용담당자는 배송에 쓸 탑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신차 구입을 위한 서류라며 A씨의 서명을 받은 뒤 B캐피탈의 신차 할부상품을 소개했다. 또 일반용 특장이 아닌 냉동용 특장으로 개조하면 전액 할부가 가능하다며 냉동 탑차 선택을 유도하기도 했다.

A씨는 빠른 취직을 위해 이를 그대로 따랐다. 하지만 이는 사기였다. 냉동 탑차를 준비해 근무지를 찾아간 A씨는 "지입 차량이 있어 개인 차량은 필요없다"는 말을 들었다. 근무지도 대형 택배업체가 아닌 일반 대리점으로, 채용담당자가 말한 근무환경과 전혀 달랐다. 이미 A씨가 대출받은 금액은 신차 비용 1천650만 원과 냉동 탑차 개조비용 1천200만 원 등 무려 2천850만 원이다.

뒤늦게 항의했지만 A씨가 꼼꼼히 확인할 새도 없이 서명한 서류가 발목을 잡았다. 차량 구매를 위한 모든 행위는 물론 금융거래 권리까지 자동차대리점에 넘긴다는 위임장이었던 것이다. 민형사상 문제 등 이후 발생하는 일 역시 A씨가 책임진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문제는 A씨와 같은 피해자가 얼마든지 더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2일 하루 동안 A씨가 이용한 사이트에 올라온 고소득 택배기사 모집 글은 인천지역에만 119건에 달한다. A씨는 경찰과 금융감독원 등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민원을 넣은 상태다.

A씨는 "따로 냉동특장 견적을 뽑아 보니 680여만 원 정도 나오는데, 자신들의 업무추진비나 각종 수수료 등 다른 용도에 필요하다며 과하게 1천200만 원이나 견적을 내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캐피탈도 본인과 통화해 심사했다고 책임을 회피하는 등 피해자들을 위한 구제나 보호장치는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한 택배회사 관계자는 "최근 대형 택배대리점에는 자리가 없어 따로 구인광고를 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온라인에 무분별하게 올라오는 구인 게시글은 대부분 사기로, 택배일을 하고 싶다면 직접 대리점에 문의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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