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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새해를 맞아 각계각층의 의미 있는 신년인사들이 들리는 가운데 교황은 ‘모성’ 메시지를 내놓았다. 갈수록 각박해지고 단절된 자기만의 세계를 살아가는 현대인과 현대사회를 치료할 수 있는 해독제로 모성을 꼽으며, "우리는 영웅적 행위가 자기희생이라는 형태로, 강함은 연민, 지혜는 유순함으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어머니들에게서 배워야 한다"고 전했다.

 새해를 맞이해 누구나 한 가지씩 품게 되는 신년 계획에 ‘나를 아끼고 사랑하자’는 목표와 함께 주변을 포용하는 따뜻한 배려 한 스푼도 첨가한다면 좀 더 따뜻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소개하는 영화 ‘거대한 강박관념’은 자신의 이익보다는 타인을 더 생각하는 이타적인 사람들을 그린 1954년도 작품이다.

 부잣집 자제인 ‘밥 메릭’은 평생을 남의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살아왔다. 쾌락에 빠져 사는 그는 여느 날처럼 레포츠를 즐기고 있었다. 모터보트를 몰며 과하게 스피드를 즐기던 중 전복사고가 나고, 의식을 잃은 그를 살리기 위해 인공호흡기와 의료진이 급파된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마을의 명망 있는 의사 필립이 사망한다. 밥은 회복 후 의사 필립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죄책감에 빠진다. 그리고 미망인 헬렌을 찾아가지만 그녀 역시 사고로 시력을 잃게 된다.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밥은 새로운 사람이 되고자 한다. 젊어서 그만둔 의대에 다시 진학해 열심히 공부하고, 눈이 보이지 않는 헬렌을 찾아가 신분을 숨긴 채 그녀와 우정을 쌓는다.

 그러다 헬렌과 밥 사이에는 우정 이상의 감정이 싹트게 되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 다른 사람의 희생을 볼 수 없었던 헬렌은 편지 한 통을 남긴 채 밥을 떠난다.

 백방으로 수소문하지만 행방을 알 수 없던 기나긴 시간이 흘러 마침내 헬렌을 발견한 곳은 작은 요양원이었다. 여러 합병증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던 헬렌은 밥이 집도하는 수술을 통해 건강이 회복되고, 두 사람의 순애보적인 사랑도 아름다운 내일을 기약하게 된다.

 이 작품은 언뜻 봤을 때 우연에 우연이 겹치는 TV 드라마처럼 보이기도 한다. 더글러스 서크는 1950년대 가장 성공한 영화감독으로, 특히 최루성 멜로드라마 장르에 특화된 감독이다.

 오늘 소개한 영화는 그의 초기 작품으로 희생을 바탕으로 한 순애보적 사랑을 그리고 있다.

 사실 서크 영화의 진면목은 표면적으로 보고 들은 것들을 전복하는 비판적인 메시지에 있다. 오늘 소개한 작품에서는 그러한 경향이 덜하지만 그 외 대표작으로 꼽히는 ‘바람에 쓴 편지’, ‘슬픔은 그대 가슴에’, ‘순정에 맺은 사랑’과 같은 작품들은 사회적 조건 혹은 편견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개인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거대한 강박관념’의 국내 개봉 타이틀이 ‘마음의 등불’이라는 감성적인 제목으로 탈바꿈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숭고한 희생과 사랑이 보여 주는 치유의 힘을 애절하게 전하고 있다.

 다층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남아 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이타적인 사랑의 가치를 살펴볼 수 있는 새해 첫 작품으로는 손색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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