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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새해가 밝았습니다. 다시 꿈을 꾸어 보렵니다. 지난해보다는 더 행복한 삶을 살겠다는 꿈 말입니다. 「사크릿, 하루 한마디」라는 책에 ‘인류의 5%만이 성공한 삶을 산다’는 글귀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95%의 사람들은 불행한 삶을 산다는 것이겠지요. ‘나’는 5%에 속하는지, 아니면 95%에 속하는지를 생각조차 하기 싫어집니다. 자신 있게 5%에 속한다고 확언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새해에는 5%에 속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꿈을 꾸어봅니다. 어떻게 살아야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새해를 맞이합니다. 어느 지인이 보내준 흥미로운 우화 하나가 떠오릅니다.

 신이 갑, 을, 병 세 사람을 창조하면서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인간세계에 가서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생각해 보았느냐?"

 갑은 "신께서 주신 생명으로 진정한 삶의 의미를 구현해 내겠습니다"라고 했고, 을은 "인간세계에 있는 좋은 것들 모두를 마음껏 누리겠습니다"라고 했으며, 병은 "저는 저만의 삶을 가꾸고 누리겠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신은 세 사람의 말에 점수를 매겼는데, 이 점수가 참으로 의외였습니다. 50점을 받은 갑과 을과는 달리 병은 무려 100점을 받았다는 겁니다. 인간세계에 내려온 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요? 갑은 세상에 많은 공헌을 남겼습니다. 사람들을 돕느라고 정작 자신은 남들에게서 도움을 받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진리와 정의를 위해 싸운 탓에 존경받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죽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울면서 장례 행렬을 이뤘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살았던 갑에게 100점을 주었습니다. 을은 소유욕이 강했고 파괴적인 욕구 또한 강했습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나쁜 짓을 많이 범했습니다. 많은 돈을 벌었지만 죗값도 치렀습니다. 그가 죽은 후, 사람들은 그를 떠올리며 치를 떨었습니다. 사람들은 그에게 0점을 주었습니다. 병은 조용히 가정을 꾸리고 성실하고 부지런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가 죽은 뒤에도 세상 사람들은 그의 존재조차도 몰랐습니다. 사람들은 그에게 50점을 주었습니다.

 이 우화를 통해서 신이 바라는 100점의 삶과 인간이 원하는 100점의 삶이 상반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병’의 삶처럼 가족을 아끼고 몇 안 되는 벗들과 우정을 나누며 사는 것,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즐겁게 해내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갑과 을은 세상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어쩌면 병은 자신만의 삶에 충실하며 만족하고 살기 때문에 누구의 시선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겁니다. 병의 삶처럼,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옭아매는 삶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 인간세계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겠지요. 그렇지 않으면 누구나 절망하기 쉽습니다. 이런 이유로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진실한 사랑이 필요합니다.

 먼 곳에서 오는 사랑보다는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오는 사랑이 더 감동을 줍니다. 그런데 살다 보면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가장 많이 상처를 받기도 하고, 그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먼 곳에 있는 사람에게서는 그 사람의 단점을 볼 기회가 없지만, 가까운 사람에게서는 그것이 보이기 때문에 사랑하기가 무척 어렵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단점마저 가슴으로 안아주는 삶이 진실한 사랑이고, 그런 사랑을 나누며 살기를 신이 우리에게 바라는지도 모릅니다. ‘너’의 단점을 ‘내’ 삶의 ‘장애물’로 여기느냐, 아니면 그 단점을 ‘내’가 보완해줘서 내가 그의 ‘디딤돌’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불행과 행복이 결정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토마스 칼라일의 조언이 제 가슴에 잔잔한 물결로 다가옵니다. "길을 걷다가 돌을 보면, 약자는 그것을 ‘걸림돌’이라고 하지만, 강자는 그것을 ‘디딤돌’이라고 한다." 소중한 독자 여러분,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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