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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응진 과천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소방령
최근 천호동 성매매업소 화재, 강릉 펜션 가스누출, KT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고양 백석역 온수배관 파열, 종로 고시원 화재 등 위기의 기미가 전혀 없었을까? "기미를 알아차리고 대비를 했더라면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최소화했을 텐데…"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2018년 한 해 무술년을 보낸 것 같다. 위기는 소리 없이 찾아온다. 예측할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해 많은 개인이나 조직이 무너지고 상처를 입게 된다. 문제는 위기가 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위기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 흔히 대형화재 및 안전사고 등 위기가 다가올 때 세 가지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첫째, 위기가 찾아오는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간다. 둘째 위기의 징후를 느꼈지만 당장 보이는 것만 처리하고 상황을 서둘러 덮고 지나간다. 셋째 위기의 씨앗이 담고 있는 배후를 철저하게 파헤쳐서 문제의 뿌리를 뽑는다.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위기가 제 모습을 아예 드러내지 못하게 막을 수도 있으며, 위기를 막지 못하더라도 피해를 줄일 수도 있고, 위기를 만나서 "어떻게 해?"라며 발만 동동 구를 수도 있다.

 모든 일에는 전조가 있다. 무엇이 됐든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지는 일도 없고, 땅속에서 갑자기 솟아나는 일도 없다. 구름이 모여 비를 만들어내듯 세상만사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작은 일들을 무시하면 나중에 큰 코 다친다.

 아무 생각 없이 살면 머슴살이 3년 하고도 주인 성도 모른다. 무관심하면 시집살이 3년 하고도 시어머니 이름도 모른다. 이러한 사람은 소방공무원의 자격이 없다. 소방공무원의 첫째 요건은 끊임없는 관심이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머지않아 건물 전체가 황폐화되는 법이다. 비상구 폐쇄 또는 피난통로에 물건적치 행위나 수신반 오작동, 스프링클러 설비 고장방치 등 소방시설법 위반행위는 대형 인명 및 재산피해를 불러온다. 무심한 사람의 눈에는 별 것 아닌 깨진 유리창 하나지만 관심 있는 사람의 눈에는 많은 뜻을 담고 있는 게 단 한 장의 깨진 유리창이다. 그 깨진 유리창 속에 담겨 있는 속뜻을 찾아낼 때 소방공무원은 국민의 신뢰와 안전을 지킬 수 있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을 맞아 소방공무원의 책임과 의무는 무엇일까? 라는 물음에 국민의 안전을 지켜내는 것이다. 즉 ‘사람이 먼저인 나라, 화재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 실현이다. 이런 목표 실현을 위해 예방중심의 소방정책과 선제적 대응 대비태세가 구축돼야 한다. 특히, 대형화재를 줄이기 위해 화재안전 특별조사 실시, 비상구 폐쇄행위 및 소방시설 고장방치 집중 단속 등 예방중심 소방 정책을 면밀하게 수립 시행해야 한다. 등산을 할 때에는 조금씩, 꾸준히, 열심히 걷는게 가장 빨리 정상에 이르는 길이다. "게으른 말이 짐을 탐한다"고 했다. 왔다 갔다 하기 귀찮다고 한번에 왕창 등에 지고 가는 것은, 일할 줄 모르는 놈이 부리는 헛된 욕심이다.

 또, 어느 농사 잘 짓기로 유명한 농부의 농사짓는 방법을 들은 적이 있다. 햇볕을 잘 들게 해주고, 바람이 잘 통하게 해주고, 물 잘 주는 것이 농사를 잘 짓는 방법인데,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해주면 시시하다고 하면서 자꾸 비법을 묻는다는 것이다. 결국 모든 소방공무원들이 기본에 충실하고 우직하게 예방중심 국민행복 소방정책과 화재 등 재난 초기 우세한 소방력 확보를 위한 ‘최고수위 우선대응 원칙 준수’ 등 선제적 대응 대비태세를 구축하게 된다면 국민들의 안전과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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