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에 보면 1596년 이순신 장군이 수원 행차 중 말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인덕원(관양2동)에서 한참을 쉬어갔다는 기록이 있다. 인덕원의 ‘인덕(仁德)’은 조선시대 환관들이 거처하며 덕을 많이 베풀었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안양시는 이같이 지역에 서려 있는 지명 유래와 전설, 민담을 하나로 묶은 「안양스토리북」을 지난 4일 펴냈다.

「안양스토리북」은 각계 원로 의견 수렴과 고문서 참고·고증 등 지난해 6개월간의 집필 과정을 거쳤다. 아이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텍스트보다는 일러스트와 사진, 삽화 등의 자료를 최대한 곁들였다.

「안양스토리북」은 전통마을, 산, 하천 등에 대한 지명 유래 49건과 전설·민담 21건 등 총 70건의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다수의 시민들이 알고 있는 것도 있지만, 이순신 장군 실화와 같이 생소하면서 재미있는 얘기가 많이 담겨 있다.

안양9동 전통마을인 ‘능골’은 사도세자 능 후보지역이었다는 이유로 능골이 됐고, ‘병목안’이란 명칭은 지세가 병목처럼 생겨서 붙여졌다는 설이 내려온다.

현재 재개발이 한창인 안양6동 ‘소골안’은 골짜기 안에서 소를 많이 키워서 유래됐다고 한다. 귀인동 전통마을로 남아 있던 ‘귀인마을’은 조선시대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던 선비들이 머물렀다고 해서 ‘귀인’이란 지명이 생겨났다. 망령골 고개 주변에 있어 이름 붙여진 관양1동 ‘망령골’은 귀주대첩의 영웅 강감찬 장군 탄생설화가 서려 있는 곳이다.

안양의 명산 수리산의 명칭은 어디서 유래됐을까. 그 옛날 천지개벽으로 바닷물이 밀려왔는데 산 꼭대기가 독수리가 앉을 정도로 솟아 있었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전설이 있다.

「안양스토리북」에는 이 밖에 정조대왕이 중앙동을 지나 사도세자 능으로 참배 갔던 이야기, 한양과 삼남지방을 왕래하던 상인들이 민배기(평촌동)에 머물렀던 이야기, 1919년 군포장(호계3동)에서 민중 2천여 명이 독립만세를 외쳤던 사건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수록됐다.

시는 그동안 다양한 지역 역사 수록집을 발간했지만 학술적 집필 방식으로 활용도가 낮아 새로운 집필 방식으로 「안양스토리북」을 펴내게 됐다.

모두 600부를 제작해 관내 초등학교, 시립도서관과 작은도서관, 마을문고, 공공기관 민원실 등에 비치할 계획이다.

최대호 시장은 "책자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 자원이 애향심을 높이고 도시브랜드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바란다. 안양의 숨겨진 이야기 발굴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안양=이정탁 기자 jtlee6151@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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