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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매립지 정문 앞에서 쓰레기 운반차량들이 매립지를 향하고 있다. /기호일보DB
말할 사람은 많은데 책임질 사람이 없다. 인천시와 서구가 지역 환경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구성한 환경시민위원회 얘기다. 전문가와 시민들로 소통의 모양새를 갖췄지만 예산이나 문제를 해결할 주체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환경유해시설이 먼저 들어서 있었던 서구에 택지개발을 주도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논의 대상에서조차 빠져 있다.

시는 지난 3일 ‘인천시 클린서구 환경시민위원회(위원회)’ 구성안을 발표하고, 1월 중순 공식 출범한다고 알렸다. 위원회 구성은 청라소각장 증설 문제로 이견이 첨예했던 지난해 11월 시와 서구가 환경문제 개선을 목표로 합의한 사항이다. 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과 시·구의원, 주민대표, 환경전문가, 시민단체 등 21명으로 구성한 위원회는 다양한 현안에 대해 다각적인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궁극적 목표인 문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서구지역의 환경문제는 과거부터 있었던 시설 주위에 주택단지가 조성되면서 불거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요 환경 현안인 수도권매립지 정책과 청라소각장 현대화, 산업단지 등 환경유해시설에서 발생하는 악취가 그렇다.

수도권매립지는 1992년 조성됐고, 악취를 유발하는 주물단지(서부산단)와 청라소각장은 1995년 조성 또는 승인을 받았다. 청라국제도시 등 택지개발이 시작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와서다.

조성 당시에는 전혀 문제되지 않았던 환경유해시설과 자원회수시설은 인근에 청라·검단·루원 등 신도시 조성사업으로 눈엣가시가 됐다. 위원회에서는 이러한 선후 관계를 따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LH가 환경 현안 해결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LH가 유해시설 인근에 택지를 조성하면서 문제를 풀어낸 선례가 있다. LH는 1997년 남동산업단지 2단지 인근 논현·고잔 일대에 택지(250만3천925㎡)를 개발하면서 시설개선기금을 출연했다. 화학업종이 몰려 있는 2산단 인근에 아파트를 조성할 경우 더 큰 민원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에 부딪치자 LH는 ‘인천 남동산업단지 악취환경개선기금 협약서’에 따라 2008년 100억 원을 시작으로 2009년 70억 원, 2010년 60억 원 등 총 230억 원을 출연했다.

시화·반월산단 인근에 택지를 개발한 수자원공사의 사례도 있다. 수자원공사는 2005년 시흥시 정왕동 일대에 택지개발을 하면서 이들 산단의 대기오염 개선기금으로 300억 원을 출연했다.

위원회의 주요 안건 중 청라소각장과 대체매립지 조성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안은 비용을 투입하면 해결된다. 하지만 모든 서구 환경 현안을 언제까지 매립지 특별회계에만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매립지 특별회계 지원은 2017년 331억 원(30건), 2018년 471억 원(46건)에서 올해 1천23억 원(53건)으로 크게 늘었다. 현재 예치금액은 2천554억 원으로, 대규모 기반시설을 비롯한 장기 전략사업을 위해서는 계획적인 예산 운용이 필요하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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