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0.jpg
▲ 인천문화재단 인천역사문화센터가 제작한 ‘2019년도 인천역사달력’ 중 1월 삽화다. 고종이 전화로 백범 김구 선생의 목숨을 살렸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렸으나 역사학자들은 정황상 전화가 아니라 전보라고 보고 있다.조현경 기자
인천문화재단 인천역사문화센터가 제작한 ‘2019년도 인천 역사달력’이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졌다는 지적이다. 역사달력이지만 확실한 역사적 고증이 없는 일화를 실은 데다 정체 불명의 건물에, 오자(誤字)도 많다.

6일 역사문화센터에 따르면 올해 달력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지역의 독립운동과 개항기의 모습을 주제로 만들었고, 인천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이 삽화를 그렸다.

문제는 1월 삽화다. 이는 고종이 인천감리서로 전화를 걸어 백범 김구 선생의 사형 집행을 중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얘기를 바탕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역사학자들은 전화가 아니라 전보로 보고 있다. 책 「백범일지」(김구 지음·도진순 주해·돌베개)는 각주를 통해 ‘고종이 전화로 사형을 중단시켰다는 유명한 이야기에는 약간의 착오가 있다’, ‘전화가 아니라 전보’라고 바로잡았다. 여기에 달력 제작을 총괄한 역사문화센터조차 파악이 안 되는 건물이 삽화에 등장하기도 했다. 센터는 7월 삽화 중 김구 선생 옆 건물에 대해 ‘모르겠다’고 답했다.

오자도 있다. 8월 삽화에서 이동휘 선생의 한자를 잘못 표기했다. 날짜별 사건 중 3월에는 1905년 인천항에서 멕시코로 떠난 이민자가 1천33명이라고 해 놓고 12월에는 1천3명이라고 적었다.

특이하게도 강화지역의 날짜별 사건이 많이 기록돼 있다. ‘고려 희종, 교동도로 유배(1215)’, ‘고려 창왕, 강화도에서 유구에게 살해 당함(1389)’, ‘(구)강화대교 개통(1970)’ 등이다.

역사문화센터는 이번 달력에 오류가 있지만 소소한 부분이라고 일축했다. 대신 오자는 바로잡겠다고 했다.

김락기 역사문화센터장은 "1월 삽화에서 전화가 아니라 전보가 맞다는 것을 안다"며 "삽화에 대해 유연성을 갖지 않고 이런 식으로 고증하면 틀린 게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동휘 선생의 한자를 잘못 쓴 것을 알았지만 아이들이 만든 작품이라 그대로 실었다"며 "11월 삽화에 ‘중화루’ 한자도 잘못 썼는데, 이건 포토숍으로 고쳤다"고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을 했다.

지역의 한 역사전문가는 "‘역사달력’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면 유연성이나 상상력을 발휘해도 괜찮겠지만 역사달력이라고 명명한 이상 정확한 사실을 넣어야 한다"며 "그래서 역사달력은 함부로 만드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키워드

#역사달력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