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00.jpg
▲ 감금장소에 관한 A 씨와 경찰의 카카오톡 대화. 사진상 뒤편 하늘색 건물이 A 씨가 감금됐던 건물. 사진 = 이천경찰서 제공
중국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에 의해 감금됐던 20대가 11일 만에 극적으로 구출됐다.

6일 이천경찰서에 따르면 인터넷을 통해 ‘외국 고수익 보장’이라는 광고를 본 A(29·경기도 거주)씨는 "해외 무역회사이고 비행기 표까지 제공하겠다"는 말을 듣고 지난달 16일 중국 옌볜(延邊)으로 떠났다. 공항에는 한국인 1명과 B씨 등 중국동포 3명이 마중 나왔고, A씨는 이들을 따라 옌볜의 한 빌라로 가 하룻밤을 묵었다.

이튿날 B씨 등은 A씨에게 해외 무역회사라던 광고와 달리 대포통장 1개당 40만 원을 줄 테니 대포통장을 모집하라는 요구를 했고, A씨가 거절하자 감금하고 위협해 강제로 대포통장을 모집하도록 했다. 결국 A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한국의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걸어 "세금을 탈루해야 하니까 통장을 빌려 주면 한 달에 400만 원을 주겠다"고 속여 대포통장을 모집하는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달 26일 새벽, A씨는 B씨 등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국제전화로 112에 전화했다. B씨 등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로 자신의 카카오톡 아이디만 말하고선 전화를 끊었다.

A씨의 전화를 받은 경기남부경찰청 112신고센터는 신고전화가 걸려온 위치가 검색되지 않는 등 심상치 않다고 판단, 그날 통신수사 당직을 하던 이천경찰서에 수사를 맡겼다.

이천경찰서 형사들은 A씨가 말한 카카오톡 아이디로 대화를 걸어 A씨가 감금된 사실을 확인하고 외교통상부, 중국 현지 영사관, 중국 공안 등과 공조에 나섰다. 자신이 감금된 장소를 알지 못하는 A씨는 카카오톡으로 창밖에 보이는 카페, 사우나, 식당 등의 상호를 알려 줬다. 이를 통해 경찰은 A씨가 감금된 장소를 특정해 신고 이틀 만에 그를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B씨 등은 공안에 체포됐으며, 중국동포 말투 때문에 대포통장 모집에 어려움을 겪자 한국인을 고용하려고 했으나 A씨가 거절하자 감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공항에 A씨를 마중 나온 한국인 1명은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달아나 검찰이 수배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천=신용백 기자 syb@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키워드

#감금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