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무대의 공융이라고 하면 공자의 후손이면서 달변가였고 항시 아이디어가 샘솟는 선비로 유명하다. 그가 어린 시절 등용문의 고사를 낳을 정도로 저명했던 이응이라는 분의 집을 방문했을 때였다. 그는 우리 집안과 이 대감 집이 대대로 친한 사이였다고 해서 하인의 안내를 받아 안채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때 이응이 의아하게 여겨 물으니 "우리 조상 공자님과 대감님의 조상 노자님의 관계지요"라고 대답해 좌중을 감탄시켰다. 얼마 후 태중대부 진위가 와서 이 이야기를 듣고 "어릴 때 총명해도 커서까지 총명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어린 공융이 대꾸했다. "아마도 진위 대부님은 어릴 때 총명했겠군요." 좌중은 크게 웃고 끝났다.

 정치권력이란 탄생할 때나 집권할 때는 멋진 슬로건이나 미래의 희망적인 지도세력으로 각광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정작 권력을 쟁취하고 나서는 너무나 달라진다. 때로는 국민을 절망이나 파탄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어린 공융은 커서 청렴한 선비로, 선정을 베푼 태수가 되었는데 진위는 끝내 명성을 얻지 못했다. 공융과 진위, 두 사람의 얘기가 오늘에도 여전히 우리를 깨우친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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