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배.jpg
▲ 홍진배 인천대학교 체육학부 교수
지난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남북 긴장 및 경색 국면을 평화와 화해로 변화시켰다.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북한은 선수단, 응원단, 예술공연단을 포함해 총 400여 명을 파견했으며, 많은 전문가로부터 ‘스포츠를 통한 세계 평화구현’이라는 올림픽 기본 가치를 재현한 성공적 대회로 평가 받고 있다.

 이렇듯 스포츠는 사상과 이념, 국가와 민족 등을 초월하는 순수함과 대중적 공감성을 바탕으로 남북 간 복잡한 정치·경제적 함수관계와 상관없이 효율적으로 긴장 국면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교류를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남북 스포츠교류는 정부 주도형의 ‘톱-다운 방식’, 단일팀을 위한 불공정한 선수 선발 및 구성, 선수 중심(대회·훈련)의 지엽적 교류, 대회 도중 단일팀 선언 등의 스포츠 가치 훼손 등 비상식적인 일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어 향후 남북 간 스포츠교류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남북 스포츠 교류의 방향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 시스템에 의해 이뤄져야 할 것이며, 중앙정부는 기반 마련과 재정 지원 등의 역할에 치중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탈정치성이 담보된 상호 신뢰 및 평등의 원칙, 상호 이익의 원칙, 민족 동질성 회복의 원칙 등이 존중됨으로써 스포츠에 내재된 평화적 수단으로 스포츠의 역량을 실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과거 동서독의 경우처럼 지방자치단체 간 자매결연을 맺고 지역 간 스포츠교류를 확대함으로써 남북 주민 간의 상호 이해와 교류의 폭을 다양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정부 주도의 큰 규모 교류는 일회적이고 이벤트에 그쳤던 경험으로 미뤄볼 때 앞으로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지속적이고 단계적인 교류를 하기 위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지역사회가 주체가 돼 남북한 체육정책 자료와 정보 교환 및 지역 스포츠 지도자 교류를 통해 이질적 스포츠 규칙과 용어의 통일성 추진 등 작지만 실질적으로 유익한 교류를 수행해 점진적인 상호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 이어서 크고 작은 종목별 엘리트 및 생활체육대회에 북한 주민들이 참가할 수 있다면 다른 어떤 교류보다도 파괴력이 높을 것이다.

 일례로 북한은 축구, 농구, 탁구, 복싱, 유도, 태권도, 씨름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한다. 이들 종목들은 전통적으로 인천시가 강한 종목이며, 특히 씨름은 올해 남북한이 각각 신청한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에 공동 등재됐다. 한민족 대표적 전통 스포츠인 씨름의 교류는 남북 스포츠교류의 상징적 종목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다양한 민속스포츠 종목 교류의 확대에 기폭제가 돼 한민족 공동체와 정체성을 남북 주민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교류의 예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내년에는 국내 최고 수준의 실력을 자랑하는 인천 계양구 양궁부와 북한 선수단의 교류가 계양양궁경기장에서 펼쳐지기를 기대하며, 2015년까지 비록 중국에서 열렸지만 인천 유나이티드와 평양 4·25 축구단의 친선경기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재개되기를 희망한다.

 인천의 유소년, 청소년, 대학생들이 참가하는 남북 스포츠 교류전 개최, 다양한 종목의 공동 훈련 추진, 지역 학계가 참여하는 남북체육세미나 개최 등 남북 스포츠 교류가 활성화되는 원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부터 인천시는 남북 스포츠교류를 통한 중장기 계획 아래 인적, 제도적 인프라 구축을 바탕으로 인천에 적합한 스포츠교류 협력 모델을 조속히 발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시 관련 부서, 지역 학계, 민간단체 등이 함께 참여하는 가칭 ‘인천 남북 스포츠교류협의회’가 설립돼 효과적으로 운영된다면 타 시도와 차별화된 다양한 교류 방안들이 논의되고 수행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다.

 협의회는 인천시가 향후 추진하는 문화, 예술, 보건, 의료, 관광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사업에 있어서도 스포츠가 함께 통합적으로 참여하는데 효과적인 창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