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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인 1916년께 제작된 인천지도를 보면 서구, 동구, 중구, 미추홀구, 연수구, 남동구에는 지금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면적의 갯벌이 펼쳐져 있었고 갯벌 사이사이에는 많은 섬들이 있었다.

 인구증가와 산업발전 등 도시의 발전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갯벌은 매립됐고 매립된 땅에는 산업단지와 택지가 조성되면서 오늘의 인천이 만들어져 왔다. 도시발전에 있어 획기적인 계기가 됐던 인천공항 건설도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의 넓은 갯벌을 매립해 만들어졌고 송도, 청라, 영종을 아우르는 경제자유구역도 갯벌 위에 자리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인천의 발전은 갯벌 매립을 통해서, 갯벌매립 과정에서 이룩된 거대한 탑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갯벌 매립을 통한 도시와 국가 발전 전략을 추구한 곳은 많이 있다. 특히 네덜란드와 일본 등에서의 갯벌매립 역사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안 매립을 선도했던 네덜란드에서는 매립에 의한 해양생태계 훼손을 인식하고 역간척에 대한 논의가 나온 지 이미 오래됐고 일본의 경우에도 최근 매립 관련 사례를 찾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갯벌의 가치와 해안 생태계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일반 대중의 인식이 증진된 결과일 것이다.

 유럽도시의 발전 모델이 우리 인천에 정확히 맞지는 않겠지만 대학원을 다니며 답사했던 수많은 유럽 도시들은 도시와 자연의 공존을 도시공간 내에서 모색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가로수길, 생태 주거단지, 다양한 공원, 습지보호지역, 야생동물 보호구역 등이 도시 안에서 시민의 생활과 연계될 수 있도록 도시를 관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도시의 품격은 높은 건물로 상징되는 경제력뿐만 아니라 역사문화 자산, 여가휴양 자산, 자연자산이 적절히 어우러질 때 세계적인 고품격 도시가 되지 않을까 싶다.

 2016년에 인천시 자연환경 조사보고서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면서 인천의 자연을 만나봤다. 자연이 아프다고 아우성치는 곳도 많았으나 자연의 숨결과 아름다움이 살아있는 곳도 많았다.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상위에 있어 생태계 평가를 할 때 대표성을 갖는다고 보는 야생조류의 경우 환경부가 지정하는 멸종위기종 1, 2급 22종이 조사됐다.

 멸종위기종 중에는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두루미, 검은머리물떼새, 검은머리갈매기, 큰고니 등 물가에서 주로 사는 종들도 있었고 물수리, 흰꼬리수리, 매, 수리부엉이 등 맹금류도 많았다. 인천내륙에는 S자 모양을 한 한남정맥 산림축이 있고 강화도에는 마니산과 진강산 등 높은 산림이 있으며 송도, 영종, 강화도남단, 석모도남단의 광대한 갯벌과 덕적군도, 서해5도, 강화도 주변에 많은 섬들이 있다.

 2009년에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 통로 파트너십(EAAFP) 사무국이 인천 송도에 자리잡은 이유가 인천공항이 갖는 접근성만이 아니라 아직도 인천의 자연이 갖는 잠재성이 높다는 국제사회의 평가가 아닐까 싶다.

 갯벌매립을 도시발전의 동력으로 인식하는 시대는 서서히 저물고 있다고 생각된다. 인천이 갖고 있는 갯벌과 자연을 시민과 함께 보전하고, 가꾸고, 즐기고, 휴양공간으로 활용하고 사색공간으로 활용한다면 자연에서 더 많은 감수성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자연으로부터 체득된 감수성은 문화, 예술, 철학이 함께 융성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고 인천이 세계적으로 품격을 갖춘 도시,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나아가는 기초가 될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명대사 "신에게는 아직도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나이다"처럼 인천에는 아직도 22종의 멸종위기종 철새가 찾아들고 수많은 자연자산이 있다.

 인천이 갖는 활력 넘치는 산업도시 이미지에 더해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생태도시 인천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함께 추구하는 도시 발전 단계에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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