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안정을 찾으며 회복 단계에 있다 하니 천만다행이다. 그 어떤 절망스러운 일이 눈앞에 펼쳐져도 극단적 행동을 할 이유와 가치는 이 세상에 없다. 부디 훌훌 털고 일어나서 이번에 보여준 용기와 소신을 간직하며, 어두운 세상을 밝혀 나가는 등불 같은 존재가 됐으면 한다. 아울러 청와대와 여당, 그리고 기재부는 이번 폭로가 공익신고인지, 비밀누설인지를 따지기 전에 왜 국민이 분노하는지부터 깨닫기 바란다. 현재 기재부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신 전 사무관을 검찰에 고발한 상황이다. 그런데 기재부는 신 씨의 폭로를 ‘사실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비밀(사실)은 누설했다’는 모순된 행동을 취했다.

 여당 정치인들의 이중적 행태는 더 심각했다. 그들은 언론을 통한 공익신고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스스로 발의해 놓고선, 신 씨의 폭로는 처음부터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한 젊은이 입을 틀어막으려고 모두가 비정상적으로 행동한 것이다. 정작 문제는 경제 수뇌부들의 어그러진 가치 판단이다. 기본적으로 국가 채무가 늘어나면 자본 감축으로 GDP가 감소하고, 실질금리가 상승하며,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가 채무를 줄이려는 노력은 당연하고 상식적이다.

 특히 작금의 한국경제는 성장률 둔화와 생산 가능 인구 감소로 세수는 감소할 가능성이 큰 반면, 고령화와 잘못된 경제정책의 후유증으로 재정 지출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기재부도 2016년에 국가 채무의 무분별한 확대를 제한하는 ‘재정건전화법’ 제정안을 내놓은 것 아닌가. 그런데도 경제부총리까지 지낸 사람은 적자국채 발행을 ‘정무적 판단’ 또는 ‘넓은 시각’ 운운하며 본질과 다른 말만 한다. 세금이 계획보다 많이 걷히는 상황에서, 국가의 빚을 쓸데없이 늘려 수천억 원의 이자를 다시 국민의 혈세로 충당해선 안 된다는 것쯤은 초·중·고생도 동감할 수 있는 얘기다. 그리고 그 빚의 상환 부담이 자신들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더더욱 반대할 것이다. 신 전 사무관은 이러한 비도덕적인 행위가 잘못됐다는 평범한 진실을 소신 있게 얘기한 괜찮은 젊은이었을 뿐이다.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은 오로지 국가와 국민에 이익이 되느냐로만 판단하면 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