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연초부터 기업계 인사들을 잇달아 만나는 등 기해년 새해 벽두를 ‘경제 행보’로 채우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4대 그룹 총수들을 초청한 가운데 신년회를 한 데 이어 그 다음 날에는 벤처기업 현장을 방문했다. 7일에는 중소기업·소상공인·벤처기업 인사들을 만났고, 이달 중순에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지방상공회의소 회장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나기로 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신년 메시지에선 "경제 발전도, 일자리도 결국은 기업의 투자에서 나오며… (중략)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했다. 규제 혁신에 대한 언급도 부쩍 늘어났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중 무역전쟁 및 세계 교역세 둔화로 인한 피해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GDP를 견인해 온 반도체마저 고꾸라지며 수출증가율이 -1.2%를 기록했다. 투자도 개선의 여지가 안 보인다. 산업은행이 3천700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9년 설비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대비 6.3%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소비도 침체를 벗어나긴 어려울 것 같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올해 고용시장이 고용쇼크가 닥친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월평균 취업자 증가 폭이 12만9천 명에 그칠 것이라 전망했다. 이처럼 공공기관 및 정부 출연 연구원마저 수출·투자·소비가 암울할 것이라는 전망들을 새해 벽두부터 쏟아내고 있다.

 우리처럼 대외의존성이 높은 아일랜드도 비슷한 시련이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동산 버블과 은행 부실화 문제까지 터지면서 3년 연속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발적인 긴축정책과 함께 최저임금 감소, 민간부채 감축이라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동시에 수출 증대와 투자유치를 위해 제도를 개혁했다. 결국 수출 증가는 실업률 감소와 내수 확대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경제성장과 세수 확대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창출했다. 비슷한 위기에 직면한 우리는 어떠한가. 생산성의 결과인 임금부터 올린 것도 모자라 과도한 정규직화로 노동의 유연성까지 틀어막았다. 손과 발 다 묶어놓은 상태에서 화려한 레토릭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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