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0901010002574.jpg
▲ 최창석 수원시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새해가 밝았다. 수원시의 올해 최우선 목표는 ‘수원’과 ‘시’ 사이에 ‘특례’를 넣어서 ‘수원특례시’로 간판을 바꿔 다는 것이다. 특례시 추진은 도시 백년대계를 이끌 원동력이 되고, 자치분권 개헌을 앞당길 지렛대가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부터 시작됐다.

 신혼부부가 신혼집을 구할 때 형편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방 한두 개의 작은 집에서 시작한다. 둘만 살면 되기 때문에 평수가 작아도 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세월이 흘러 식구가 늘어나면 아이들에게 자기 방을 줄 수 있는 좀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계획하게 된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수원은 1949년 읍에서 시로 승격될 당시 인구 7만의 작은 도시였지만, 2002년 인구 100만을 넘어섰고, 시 승격 70주년을 맞는 올해 수원의 인구는 125만으로 수직상승했다. 70년의 세월 속에 인구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도시의 기능도 확대됐다. 도시가 국가를 넘어 세계와 경쟁하는 도시외교의 시대. UN의 지속가능 발전 목표를 지역에 맞게 실행할 책임도, 시민의 삶의 질을 끌어올려야 할 책임도 도시에 있다. 도시 규모에 맞는 행정과 재정의 기반을 확보해 일자리 창출, 기업 투자와 유치, 사회 인프라 확충 등 시민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도시 스스로 만들고 추진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 성장한 아이들에게 자기 방을 주듯 독자적으로 미래의 목표를 설계하고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부모가 장성한 자식을 좁은 집에 가둬놓고 용돈을 주며 하나하나 챙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전국에는 인구 100만 명이 넘는 기초자치단체가 네 곳 있다. 수원, 창원, 고양, 용인. 네 도시의 상황은 어떠한가? 횡단보도 한 줄도 맘대로 긋지 못하고, 방범용 CCTV 설치 위치도 자체적으로 결정하지 못한다. 기초자치단체라는 틀 안에 갇혀 많은 통제와 제약을 받고 있다.

 지금 인구 100만 기초자치단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특례시가 된 이후의 상황을 그려보는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뒷받침할 시민적 참여와 행동이다. 특례시가 되지 못해 광역시보다 못한 상대적 불이익을 받고있는 대상도 시민이고, 특례시가 돼 가장 혜택을 받는 당사자도 시민이기 때문이다.

 최근 연탄 가격이 배달료까지 한 장당 1천 원대로 올라 서민들의 근심이 크다. 만약 도시가 저소득층에게 연탄값 인상분 300~400원을 대신 내어줄 수 있다면? 가족은 있으나 멀리 있거나 연락이 닿지 않아 기초생활 수급자에서 제외된 복지 사각지대 주민들을 도시가 보듬을 수 있다면? 중고등학생 신입생을 대상으로 지원되고 있는 교복비 29만 원을 실구입비 45만 원으로 인상해 지급할 수 있다면? 경로당 지원비를 인상해 어르신들이 여름철 전기요금 걱정없이 에어컨을 맘놓고 틀 수 있다면? 주택만 빼곡한 동네 곳곳에 쌈지공원을 여러 개 만들 수 있다면? 21개의 공공도서관을 40개로 늘려 ‘내 집 앞 도서관’이 실현된다면? 도시 안에서 질 좋은 일자리를 대폭 늘릴 수 있다면?

 모두 특례시를 가정한 상상이다. 특례시가 된다고 모든 것이 확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민이 세금을 더 내지 않아도 도시의 권한과 예산이 늘어난다면 시민생활의 질도 함께 올라가며, 시민이 필요로 하는 정책을 도시 독자적으로 만들고 시행할 수 있다. 특례시는 내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특례시가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난해 정부에서 특례시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을 발표했지만, 국회에서 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효력이 발생한다. 특례시라는 이름 말고도 어떤 권한을 줄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특례시는 현실이 될 가까운 미래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수원, 창원, 고양, 용인 440만 시민이 힘을 모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두드리면 굳게 닫혀 있는 문은 결국 열릴 것이다. 인구 100만 기초자치단체가 독일의 뮌헨, 미국의 댈러스, 핀란드의 헬싱키 등 인구 규모가 비슷한 세계도시와 경쟁하며, 전세계 일류도시로 날아오르기 위한 날개. 그 날개가 특례시라고 믿는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