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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입시에 대한 고민(2)

이명운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9년 01월 09일 수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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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운 객원논설위원
초등학생들과 중고등학생들이 대학생보다 늦게 방학을 한다. 봄방학이 없는 관계로 방학이 늦었다고 한다. 대학생들은 방학을 한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고3 수험생들은 아직 정시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수능 이후 학교 생활은 교실에서 시간보내기의 일상이 됐다. 수시 결과로 합격한 학생들. 정시를 기다리는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단다.

 초등학생들에게 묻는다. "너는 무엇이 되고 싶니?", "대학생이오", "왜?" 억울함이 배어 있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우리보다 방학도 빨리하고 개학도 늦어서요." 2012년부터 시행된 주 5일 수업제도가,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제도 등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2020년 3월부터 의무화될 듯하다. 초등학교보다 중학교, 중학교보다 고등학교, 그보다는 대학생이 공부시간이 많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제도에서는 그러하지 못하다. 살인적인 중·고고 학교 수업시간은 대학 수업의 배(倍)를 넘는다. 거기에 수시와 정시로 나뉘어, 원래 입시제도의 목적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지금의 교육제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학교수업과 학원수업을 병행하는 현실이 중고등학생들이다. 우리나라 법에서는 선행(先行)학습을 금지하고 있지만, 초등학교 졸업예정자는 벌써 중학교 학습을 하기 위해 학원에 가야 한다. 중학교 졸업예정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예정자만 갈 곳을 잃고 거리를 방황하고 있다. 대학입시가 끝난 학생은 해외여행도 가고 운전면허도 취득하겠지만, 나머지 학생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 지 방황하고 있다. 졸업 전 학교에 체험학습 신청을 하면 학생들끼리도 어디든 갈 수 있다. 수능 이후 학생들이 체험할 교육적 공간이나 프로그램이 얼마나 있을까? 그 답은 누구도 자신 있게 답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금 우리가 처한 교육의 현실이다.

 얼마 전 수능을 마친 고등학생들이 체험학습으로 갔던 곳에서 참사를 당하는 일이 있었다. 그 이후의 후속조치는 펜션 주인을 구속하고 펜션 관리를 했니 안 했니를 따지기보다는, 학생들이 수능 이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가 없는가를 고민해야 했었다. 정말 예비대학생으로 갖춰야 할 소양과 사회초년생으로 갖춰야 할 준비들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대학이 됐든 고등학교가 됐든 어느 곳에서는 준비돼야 하는 것이다.

 대학을 가기 위해 선생님이 아닌 입시 컨설턴트에게 내 대학을 의논해야 한다면, 담임 선생님과 학창시절 선생님은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학생들의 고민과 진로, 학생들의 상담자가 선생님이 돼야 하지 않을까. 이 역할이 공교육이 담당해야 할 영역이다. 거기에 학부모가 지원하고 학교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서 학교는 즐겁고, 신나는 곳이 된다면, 희망이 있는 교육제도를 준비할 수 있다. 선생님이 보듬고 가르쳤는데. 입시지도는 입시컨설턴트(비용도 들고, 조기 상담일수록 비용은 더 많이 든단다)가 한다니, 지금의 교육제도가 정상은 아닌 듯싶다. 사교육을 줄인다고 입시제도를 개혁하면 또다시 사교육이 고개를 드는 입시제도가 아니고, 평준화하면 다시 신학군이 조성되는 그런 입시제도가 아니라, 학생들이 즐겁게 배우고, 선생님과 학생들이 신나게 어울리고 친구를 아끼고 배려하는 교육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글로벌 시대라고 외국어 고등학교를 만들었고, 과학영재를 키운다고 과학고를 만들었다면 초심의 목적에 맞게 외국어 인재와 과학 인재를 키우면 된다. 대학진학의 결과가 명문을 정하는 학교 교육이 아니고 인성과 배려, 친구들과 교류하며 청소년기를 잘 이겨내는, 학교 생활이 즐거운 그런 학교를 재생하는 것이 교육제도의 출발이어야 한다. 내 아이만 잘되면 된다는 못된 이기심으로 학생부에 기록을 따지러 가는 학부모가 아니고, 선생님을 신뢰하고 내 아이를 자신 있게 선생님에게 맡기는 그런 학교를 만들어 가는 것이 교육제도의 출발이길 바란다.

 6년제를 5년제로 바꾸는 가식적인 변화가 아닌, 아이들이 학교 교육 안에서 잘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교육제도의 회복이다. 그 안에서 인성 교육과 창의적인 방법을 지원하는 학교, 선생님, 동창회, 육성회, 교육지원기관이 하나로 고민할 때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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