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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내항과 바다 되찾기 시민모임이 9일 오전 '인천 내항 마스터플랜 및 비전 선포식'이 열리는 하버파크 호텔 로비에서 고밀도 아파트 개발 등에 반대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사진=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10년 안에 인천 내항의 물류 하역기능을 폐쇄하는 계획이 담긴 ‘인천 내항 재개발 마스터플랜’이 발표되자, 지역 경제계는 즉각 반발했다. 수변공간에 주거와 상업·업무지구를 추진한다는 장밋빛 계획 속에 지역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며 반 백년을 이 일대에서 뿌리 내린 물류업계에 대한 고려가 담기지 않아서다.

전문가들은 이 사업이 땅 장사와 고밀도 난개발로 치닫지 않기 위해서는 서둘러 실무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업을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인천상공회의소는 9일 하버파크 호텔에서 인천시와 해양수산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내항 재개발 마스터플랜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발표한 ‘인천 내항 미래비전 선포식’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인천상의는 이번 마스터플랜을 작성하면서 인천항의 핵심 주체인 산업계가 철저히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또 환황해권 해양관광 중심지 육성이라는 비전으로 제시된 내항 재개발계획은 사실상 항만기능을 없애겠다는 내용과 다름없다고 했다. 1∼3단계로 나눠진 마스터플랜 실행계획에 따라 내항이 산업항으로서 기능을 상실하면 내항을 통해 원자재와 제품을 수출입하는 이 일대 산업(종사자 4천여 명)은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여기에 2025년까지 준공계획이 잡힌 내항 1·2·6·8 부두 재개발 시 대한제분·제당 등이 사용하고 있는 7부두 등은 완전히 고립돼 이전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는 설명이다.

항만업계도 해수부와 인천항만공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내항의 물동량을 제고하기 위한 대책은 세우지 않으면서 인천신항으로 가는 컨테이너 물동량만 치켜세우고 있다고 했다. 항만업계가 내항을 살리기 위해 지역의 숙원사업인 첨단중고차수출단지를 4부두에 조성해 물동량을 창출하자고 제안해도 묵묵부답이라는 게 항만업계의 시각이다.

항만업계는 특히 이번 재개발이 부두별 점진적 개발이 아닌 사실상 통합개발이라는 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 제대로 대응 한 번 못하고, 군산·평택항으로 쫓겨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배경이다.

이번 마스터플랜 용역에 참여한 진영환 인천내항재개발추진협의회 위원장(청운대 건축공학과 교수)도 이날 5가지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했다. ▶ 내항의 해양물류기능 대체 ▶유치하려는 시설 등의 기능 및 가능성 ▶적합한 개발의 밀도 ▶사업의 타당성 확보 ▶중앙정부의 지원 확보 등이 대표적이다.

항만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개발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는 부산 북항 재개발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도시계획전문가와 건축 전문가, 주민대표, 항만 전문가, 항만기업인 등으로 구성된 실무위원회를 구성해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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