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소풍이나 나들이 가기 전 항상 챙겨 보던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일기예보다. 뉴스를 통해 일기예보를 보며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제발 비가 오지 않게 해주세요."

 요즘 아이들에게도 소풍이나 가족 나들이는 생각만 해도 설렘이 가득할 것이다. 다만 예전과 달라진 것 하나는 아이들에게 악재(?)가 비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로 미세먼지 공포가 남아 있다. 이번 주말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대부분 지역에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다. 주말 내내 TV 속 뉴스 소식 헤드라인은 미세먼지 소식이었다. 시간별로 현재의 미세농도를 알려주며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이 필요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했다. 뉴스 속 화면에서 보듯 실제 도심 거리에 인적이 뚝 끊겼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백화점이나 영화관 등 실내 시설로 대피 아닌 대피를 해 시간을 보내는 듯 보였다. 도내 곳곳의 축제 현장이나 야외 스케이트장도 관광객이나 시민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일부 야외광장의 스케이트장은 미세먼지를 이유로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가족 나들이 필수품 일순위도 단연 마스크로 변했다. 가족과 함께 먹을 김밥과 과일 등 먹거리와 편하게 쉴 수 있는 돗자리 등이 가득하던 가방 속에는 마스크가 한 자리 차지했다. 겨울철이라도 집안 환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지만 창문을 열면 마치 하루종일 집 주인이 귀가하기를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거실 속 공기청정기가 미친 듯이 돌아간다.

 지난주 초등학교 겨울 방학이 시작됐다. 아이들 방학 소식과 함께 나에게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조카였다. 겨울방학 시작을 알리는 전화였다. 녀석은 들뜬 마음에 무척이나 신나 보였다. 하지만 기쁨에 찬 녀석의 미소와 달리 야외가 아닌 집안 거실에 앉아 방학 소식을 전했다. 미세먼지를 창살 없는 감옥이라 한다. 요즘 아이들은 방학에도 집안에 머물며 책을 보거나 게임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심지어 스키나 스케이트 등 겨울철 야외 스포츠도 집안에서 가상현실 게임을 통해 접하는 세상이다. 문득 옛 시절 어머니들의 잔소리가 그리워진다. "밖에 나가서 좀 뛰어 놀아라."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