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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도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다사다난했던 2018년이 마지막 잎새처럼 세밑 추위와 함께 막바지를 행해 달려왔다. 또한 지난해는 유독 화재 및 온수관 파열 등 사회안전망 사고와 증오범죄, 음주운전 등이 잇따르면서 무고한 인명이 피해를 입는 사고가 잦았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에는 좀더 따뜻하고 훈훈한 뉴스가 많이 들어오기를 기대하면서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야명조(夜鳴鳥)의 교훈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히말라야 설산에 사는 야명조라는 새는 밤만 되면 운다. 낮이면 히말라야 따스한 햇볕에 취해 놀다가 밤만 되면 낮에 집을 짓지 못한 것을 후회해 통곡한다. 눈 폭풍이 몰아치는 히말라야 산등성이에 날개를 접고 밤을 대비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어둠 속에서 목에 피가 나도록 통곡한다. 그 울음소리가 히말라야 사람들에게는 ‘내일은 꼭 집을 지을 거야’라는 말로 들린다고 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침이 오면, 새는 어젯밤 일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다시 눈 녹은 산과 산 사이를, 구릉과 구릉 사이를, 꽃과 꽃 사이를 날아다니며 논다. 그러다가 다시 밤이 오면 집을 짓지 못한 것을 자책하며 구슬피 운다. 반성과 결심을 반복하며 살다가 결국은 히말라야 설산에 날개를 묻고 처참한 죽음을 맞는다. 추운 밤을 대비해 낮에 지어야 할 집을 잊고 놀다가 땅을 치고 후회한 것이 히말라야의 야명조뿐일까. 시행착오를 계속해도 깨닫지 못하고 안락을 위해 오늘을 탕진한 이가 과연 히말라야의 설산(雪山)의 우조(愚鳥) 뿐일까.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새해 정초가 되면 푸른 꿈과 희망의 나래를 펼치고자 거창하게 한 해의 계획을 세운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꿈과 희망을 품는 것은 어느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는 데는 많은 난관과 어려움이 따르며 대개는 작심삼일하곤 만다. 아무리 계획을 멋있고 원대하게 세워보지만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음을 야명조의 교훈을 통해 알 수 있다.

 더욱이 올해는 다산과 풍요, 그리고 재복을 상징하는 돼지의 해라서 각자가 거는 기대가 더 클 것이다. 특히 올 기해년(己亥年)은 천간(天干)의 기(己)가 노란색에 해당돼 1959년 이후 60년 만에 찾아오는 길운이 깃든다는 황금돼지의 해이다. 그래서 우리는 원대한 꿈을 갖고 새해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돼지는 먹성이 좋아 아무거나 잘 먹는 잡식성이고 더러우며 우둔한 동물로 회자되기도 한다. 또한 돼지는 돈과 연결 짓는 풀이도 있다. 돼지꿈은 재물이 생길 꿈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돼지의 한자음이 돈(豚)으로 돈(金)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황금빛 기운을 받아 시작한 기해년(己亥年)이 일주일을 넘어가고 있는 시점으로, 십간에서 ‘기’는 음의 기운인 땅을 의미하며 황색(黃色)을 나타내고, 십이지의 돼지인‘해’와 어울려서 36번째 간지인 ‘황금돼지’로 탄생한 것이다.

 우리는 한 해 동안 얼마나 어려운 시간을 대비하며 살았나. 삶의 고달픔 속에서도 얼마나 아름다운 일을 행하며 살았는가. 오늘을 쪼개어 내일에 바치려면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남다른 결단이 필요하다. 그것이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향한 것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쓰는 자는 꿈이 있는 자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자는 풍요로움을 입는 자다.

 네덜란드의 철학자인 스피노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사과나무를 심겠다." 이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설령 내일이 없다고 해도 오늘을 의미 있게 보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나라와 경제가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흔히 오지 않는 황금돼지의 해를 맞아 신발 끈을 새로이 동여매고 힘껏 발돋움해 모든 개인, 나아가 사회와 국가가 다산과 풍요, 재복(財福)이 넘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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