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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도국제도시 8공구 R블록에 임대주택 7천가구와 오피스텔 5천 실 조성을 제안한 A사의 조감도.
아파트와 오피스텔 1만8천여 가구가 조성 중인 인천 송도국제도시 8공구에 임대아파트 7천 가구를 추가로 짓는 사업제안서가 유출돼 파장이 일고 있다. 땅 주인인 인천도시공사는 토지용도상 공동주택을 지을 수 없을 뿐더러 이번 제안서는 수많은 업체의 개발계획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14일 도시공사와 송도 주민단체 등에 따르면 A사는 지난해 12월께 송도 8공구 R블록(15만8천905㎡)을 개발하겠다는 ‘송도 랜드마크시티 R2부지 개발사업제안서’를 도시공사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의 핵심은 장기 임대 후 분양전환되는 ‘누구나 집’ 7천 가구와 오피스텔에 벤처기업이 입주하는 ‘벤처 클러스터’ 5천 실 등 총 1만2천 가구로 구성됐다. 기타 건물 저층부는 판매·상가·식음시설이 도입되고, 문화·가상현실·영화·헬스케어시설도 갖춰진다.

A사의 이 같은 제안이 알려지자 송도 내 각 주민단체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학교와 교통, 기반시설 문제 등으로 8공구에 추가적인 아파트나 오피스텔 건립은 불가하다는 게 주민들의 입장이다.

여기에 이 사업이 스마트형 주거단지와 첨단지식산업센터를 내세운 청라국제도시 ‘G- 시티’ 사업과 흡사하다는 이유도 있다. 주민들은 G-시티 사업에서 구글의 실체가 없었듯이 이 사업도 주거단지 조성을 위해 믿지 못할 계획을 내세운다고 했다.

실제 A사는 이 터에 1천 개 사의 스타트업을 유치해 1만 명의 청년층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를 뒷받침할 1조 원의 창업펀드를 조성하겠다고 제안서에 담았다. 또 스마트 리빙그리드(지능형 전력망)와 스마트 스토어 등을 통해 3천여 명의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송도의 각 주민단체들은 인천시 시민청원을 비롯해 인천경제청과 도시공사를 상대로 ‘R2블록 원안개발’을 촉구하는 민원을 이날 다시 시작했다. 8공구 입주예정자들은 ‘사기 분양을 받았다’는 말도 한다.

원안에는 이 터에 용적률과 건폐율이 낮은 호텔과 컨벤션센터, 백화점, 병원, 상가 등 프리미엄 상업시설이 들어서기로 돼 있다. 하지만 도시공사와 인천경제청은 이 거대한 땅을 민간에 수월하게 매각하기 위해 당초 실시계획을 변경해 용적률을 기존 500%에서 800%로 상향하고 건축물 최고 높이도 제한하지 않았다. 지구단위계획상 오피스텔도 약 9천 실을 지을 수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특별계획구역에 속하는 이 땅은 단일 필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일반상업용지로 2014년 기준 감정평가 추산액이 5천여억 원이다.

도시공사는 지난 3년간 R블록의 사업자를 찾기 위해 각종 부동산 설명회와 투자유치 활동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숱한 민간사업자들이 사업을 제안해 왔다고 설명했다. 공식 문서가 아닌 도시공사를 찾아 제출한 사업제안서 중에는 A사의 것도 있지만 도시공사는 임대주택사업은 R2부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도시공사는 아직 시장에 내놓지 않은 땅에 대해 주민단체가 성급한 판단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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