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공공건설공사 개혁의 일환으로 주력해 온 100억 원 미만 관급공사 ‘표준시장단가’ 적용 문제가 ‘산 넘어 산’이다.

표준시장단가의 중소 규모 공사 적용 필요성을 두고 현장조사를 마친 국토교통부가 사실상 부정적 의견을 낸 데다, 국회에서는 도리어 표준시장단가 적용 배제 대상 가격기준을 상향하는 법령 개정에 나섰다.

14일 국토부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8월 행안부에 100억 원 미만 관급공사에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행안부 예규)’ 개정을 건의했다.

현행 예규는 100억 원 미만 관급공사에는 ‘표준품셈’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한다면 공사비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이재명 지사와 도의 주장이다.

예규 개정을 두고 행안부는 업무 소관부처인 국토부가 관련 조사를 진행한 후 수용 여부를 판단키로 했고, 국토부는 100억 원 미만 중소 규모 관급공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마무리하고 최근 결과를 행안부에 제출했다.

국토부가 제출한 입장은 사실상 부정적이다. 조사 결과 100억 원 미만 공사에 적용되는 표준품셈이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사는 소규모 공사에 대해서만 진행했고, 이들 공사는 표준품셈을 적용하고 있는데 낙찰률 적용 가격이 시장 형성 가격과 차이가 크지 않다"며 "굳이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해야 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회에서는 도의 주장과는 반대로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는 공사의 가격기준을 기존 100억 원 이상에서 300억 원 이상으로 높이는 법령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박명재(포항남·울릉)의원 등 12명은 지난해 11월 말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개정안은 그간 예규로만 규정됐던 예정가격 산정 방법 등을 법령으로 정하고, 지자체가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할 시 추정가격이 300억 원 이상인 공사에 한정해 적용토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도의 건의사항과 국회의 법령 개정 사항의 충돌, 표준시장단가 적용 확대에 대한 건설업계의 반발 및 국토부의 부정적 입장까지 더해지면서 예규 개정 여부를 최종 판단할 행안부도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아직 아무런 결론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에서 법률개정안이 나오는 등 상황이 첨예하다"며 "다만, 국토부 조사 결과가 나왔으니 이에 따른 관계 부처 회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도가 표준시장단가 적용 확대 선조치 차원에서 경기도의회에 제출한 관련 조례는 3개월째 상정 보류가 이어지고 있다. 관련 조례가 도의회 문턱을 넘는다 해도 행안부의 예규 개정 없이는 실제 적용이 어렵다.

남궁진 기자 why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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