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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세종의 리더십

김준기 인천대 외래교수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9년 01월 16일 수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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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인천대 외래교수
말을 주고 받는 대화와 달리 소통은 마음을 주고 받는 논리적이고 감성적인 언어 행위이다. 따라서 소통은 자신의 의견이나 의사가 상대에게 잘 통하도록 하는 것 이상으로 상대방의 입장이나 생각을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통 정부, 소통 대통령을 자처한다. 또한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하면서 역사에서 가장 닮고 싶은 리더십의 인물로 세종대왕을 꼽기도 했다. 세종 치세에 국가는 부국강병과 국리민복을 적극적으로 지향했고 이 목표 의식은 세종 집권 기간 확고하고 지속적으로 유지됐다. 왕과 신하 사이에 형성돼 있던 깊은 유대감은 정치에 여유와 관용을 가져왔으며 임금과 백성 간의 견고한 신뢰감은 경제적으로 효율과 풍요를 가능하게 했다. 관료들은 사소하거나 불합리한 규정이나 관례에 심각하게 얽매이지 않았고,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대책 없이 고집하지도 않았다.

 세종은 다양한 신분과 처지에 놓인 인재들을 능력에 따라 선발해 각자의 소질을 계발하도록 하는데 진력했다. 허조를 비롯해 황희, 맹사성, 변계량 등은 모두 이념적 코드와 무관하게 한 통치자 아래에서 공정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가난한 백성들을 위한 실질적인 시책들을 만들고 현실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정책들을 펼쳐 나갔다. 국경 개척에 앞장 섰던 김종서와 최윤덕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훈민정음 또한 백성에 대한 세종의 실용·애민정신의 발로였다. 세종은 우리 역사상 가장 찬란한 시대를 기획하고 이를 꽃 피운 위대한 지도자다. 경제와 안보면에서 국가는 부강하고 튼튼했으며 사회 문화적으로 백성들의 삶은 안정되고 희망에 차 있었다. 국가의 기강은 엄격했고, 세종과 고위 관료들의 정신은 넓고 자유로웠다. 당시 조선은 정권에 비우호적인 세력까지 포용해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순수한 열정으로 펄펄 끓어오르고 있었다. 세종의 리더십으로 조선의 황금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똑같은 일을 지난 정권이 하면 적폐고 지금 정권이 하면 관행이라는 생각과 태도로는 국민과 소통하기 어렵다. 고이재수 장군은 기무사령관 시절 세월호 유족을 사찰했다는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살했다. 이 수사는 문 대통령의 직접 지시였다. 이재수 사령관은 기무사 요원들에게 사찰 논란이 없도록 무분별한 행동을 금지하고 추모 분위기를 저해하는 행위를 차단하라는 등의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검찰은 구속영장에서 이 내용을 모두 빼버렸고 영장이 기각됐음에도 불구하고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3성 장군으로서 수치심과 모욕감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여기에 별건으로라도 끝까지 털어보겠다는 검찰의 태도에 심한 불안을 느꼈을 것으로 짐작된다.

 게다가 검찰은 아들 원룸과 친구 사무실까지 압수 수색했다. 세월호와 무관한 이재수 사령관의 아들은 압수 수색을 당하는데 세간에서는 대통령 아들은 취업 문제와 관련해 그 이름만 들먹여도 면죄부를 받는다고 비야냥댄다. MB는 국민들의 불안과 반대를 외면한 채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단행했고 4대강 건설을 밀어붙였던 불통 정권의 리더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문고리 3인방을 통해서만 국민과 소통했다는 불통 정부의 오너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도 기업과 자영업자의 고통과 우려를 도외시하고 원칙처럼 보이는 고집을 드러낸 듯하게 최저임금 인상과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을 밀어붙였다. 최근 들어 청와대의 메시지가 매우 공격적이고 거친 데에는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따른 초조와 여전히 이념적 우월감과 도덕적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오만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어 보인다.

 세종은 마음 착하고 좋은 군왕이 아니라 소통에 능하고 강한 군주였다. 군대나 기업은 그런 지휘관이나 경영자가 통솔하고 운영해야 하듯이 국가도 그런 대통령이 통치해야 국민들을 위한 최선의 성과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진정한 소통은 자기 성찰과 관용에서 출발한다. 성찰 없는 소통은 일방적인 자기 변명으로 일관하고 관용 없는 소통은 무자비한 낙인찍기로 전락하기 쉽다. 국민들은 더 늦기 전에 문 대통령이 세종의 리더십을 닮고 싶어만 하지 말고 꼭 빼닮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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