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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순휘 정치학 박사
2018년은 위기와 충돌로 치닫던 북핵 국면에서 극적인 돌파구를 만든 해로 기억된다. 2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반전이 시작되면서 특사단 방문외교가 성과를 거뒀고,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됐다. 김정은은 시진핑과 3월 25일과 5월 7일 전격적으로 정상회담을 했고, 북미회담 직후인 6월 19일과 최근 1월 8일 4번째 북중 정상회담을 하는 등 긴박한 북중 공조를 했다.

 이러한 한반도에서의 극적인 대화국면 전개는 과거와 다른 남·북·미 최고지도자의 정치 성향에 영향이 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와 타협을 선호하는 성향으로 실용적인 정치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정보기관들을 운용해 직간접인 의사교환을 하면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했다. 정보라인(국정원, CIA, 총정찰국)을 가동해 탑다운(Top-Down)방식으로 북핵협상이 진행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성과 추구식이나 장기적으로는 외교안보전문가가 배제된 허술한 협상결과가 발생할 여지가 많다는 평가가 있다.

 현재 북핵문제는 북한을 핵국가로 인정한 상황에서 북한의 핵 동결과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교환하는 ‘입구론’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합의한 ‘출구론’이라는 총론에는 공감한 상황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핵 국가로 인정됐고, 미국의 맞상대하는 정상국가로 외교무대에 진입했다. 한국과는 평화적인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으로 경제적인 지원을 연계하려는 국제제재 해소를 공조 중인 면도 엿보인다. 반면에 한국은 한미공조를 바탕으로 ‘운전자론’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북미정상회담을 연결하는 중개자 역할을 하고 있으나 회담을 거부하거나 과도한 조건을 전제하는 등 돌발적인 ‘북한변수’가 작용 시에는 한계를 맞을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합의는 과연 진정성 있는 조치인지 아니면 제재와 압박을 피하기 위한 지연과 기만전술인지 긴장의 한 해였고, 2019년에도 그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6·12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추진은 소강상태에 빠져 있다. 북한은 비핵화 시간표를 제출해 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무산시켰고, 다시 미국이 종전선언 조건으로 핵신고 리스트를 요구했으나 북한은 이를 날강도라고 비난하면서 비핵화는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제 북핵의 돌파구는 미북 제2차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라가 있다. 트럼프의 외교안보정책이 지난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잃으면서 반대와 견제를 받고 있다. 그래서 급진적인 미북 빅딜거래식 정책추진은 자제될 것으로 예상되나 트럼프 특유의 파격적 합의에 자칫 한미동맹이나 주한미군 철수 같은 과도한 대북유화정책을 지렛대로 사용할지가 우려된다. 다행히 작년 7월 23일 미 상하원은 의회 승인없이 주한미군 규모를 2만2천 명 미만으로 감축할 수 없도록 ‘2019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최종합의가 돼서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우려를 덜게 된 것이나 의회와의 충돌을 거칠게 다루는 트럼프식 독트린이 우려된다.

 2019년도 한반도 정세 전망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시작된다. 문재인 정부는 운전자론의 중개인 역할을 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으로 평화분위기 조성 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미북 직접 대화를 요구하는 북한의 입장에서 지원하는 외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투트랩 정책의 성공 변수가 북한과 미국의 몫이기에 제3자의 입장에서 초조한 안보정세 국면을 피할 수 없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핵이 미본토를 위협하는 일을 막아야 했고, 미중 패권경쟁에서 중국편에 서있는 북한을 적대시할 수밖에 없다는 전통적인 대북정책의 변화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시행하는 외교적 진정성을 보인다면 대북 적대시 정책을 변경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이미 ‘북한체제 인정’이라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나왔다. 미국은 한반도의 안정을 잘 관리하는 성과에 만족하는 점과 북핵문제에 주도권을 잡고 있기에 미북정상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할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율이 중요하다. 반면에 북한은 비핵화 지연이 미국의 적대정책과 군사위협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냉전 이후 북한체제의 붕괴를 우려한 자작극적인 주장을 근거로 정권체제 안정전술이다. 북한은 핵협상카드로 시간을 벌면서 제재의 해제와 경제개발을 통한 체제 안정에 주력할 것으로 핵·미사일발사나 대남 군사적 도발은 자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019년에도 북핵 혼전국면이 예상된다. 마지막 미북정상회담이 될 수도 있는 2월 회담설에 한반도 향후 전망과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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