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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종현 국민대 겸임교수
# 동양과 서양의 법의 정신

 법이란 단어가 인류에 등장한 것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진시황(BC 259~BC 210)으로부터 유래한다.

 진시황은 전통적으로 변방에 위치한 오지에 있었는데 강력한 법치국가를 이루며 중국 최초의 통일왕조(BC 221~BC 210)를 이뤘다.

 …진시황의 통일왕조를 이루는데 큰 역할을 한 사상은 법가사상으로 상앙(商앙), 이사(李斯), 한비자(韓非子)가 주요 사상가인데 그 중 한비자(BC 280~ BC 233)는 진시황 통일의 정신적 기초를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이해하는 법은 많은 부분이 서양의 사상체계에서 이해하는 일반 시민의 활동을 억압하는 지배층의 권력을 제한하는 형태의 사회분권적 차원에서 이뤄진 반면 동양의 법은 한비자의 사상에서 유래하다시피 지배자의 통치철학으로 사회 안정을 위해서는 강력한 질서와 처벌을 강조하는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 한비자의 사상체계

 한비자는 춘추전국시대 한나라의 마지막까지 생존한 7개국 중 하나로 상대적으로 국력이 가장 취약한 한(韓)나라의 왕족이며, 법가사상을 완성한 인물로 평가되나 그는 선천적 결함인 말더듬이로 생전에 진시황에게 포로로 보내지나 동문수학한 진나라 재상 이사와의 불화로 죽게 된다.

 그가 죽은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분석되는데 하나는 진시황이 볼 때 한비자의 사상이 너무 훌륭해 유가사상을 반대하는 법가 통치 철학을 아무나 보면 자신의 위치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진시황의 판단(이는 후일 분서갱유(焚書坑儒) 형태의 유학자 박해로 이어짐)과 평소 말더듬이로 소통이 불편해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남긴 한비자의 존재는 진시황에게는 문서 확보로 충분했고 오히려 그와 반목하며 임기응변에 능한 이사를 선택한 결과이기도 하다.

 한비자의 사상은 역린( 逆鱗 ;용의 약점으로 임금의 지도력 상징)과 임금의 덕목으로 세(勢), 술(術), 령(令)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임금의 시각에서 제왕학과 통치술을 완성해 후일 역사가인 사마천은 한비자의 사상이 너무 각박하고 은덕이 부족해 훌륭한 재능에도 불구 불운한 최후를 맞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 구맹주산(狗猛酒酸) 이야기와 한국경제

 한비자의 고사 중 오늘 소개하고 싶은 구맹주산은 춘추전국시대의 송나라 술 빚는 사람의 고사로 술 빚는 실력이 뛰어났으나 집에서 키우는 개가 사나워 손님이 술 사러 오지 못하는 것을 이른다. 이의 내용은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인재가 세상에 많아도 통치자 주변에 흔히 십상시로 불리는 간신들이 많이 포진해 있으면 인재들은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 조정에 등용하기 어렵다는 해석과 고객이 없는 핵심 이유는 무서운 개로 손님에게 공포심 조성인데 자신의 술 빚는 실력 부족에서 찾는 우둔함을 이르기도 하는 비유이다.

 한국 경제는 지금 생동감을 현저히 잃어버리고 있고 한국 번영의 상징인 명동의 불 꺼진 상점과 테헤란로의 빈 사무실이 폭증하는 현 상황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한비자의 구맹주산의 비유대로 많은 유튜브 방송이 지적하는 대로 청와대 내부의 인선 문제는 없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경제 부진의 이유를 노동구조의 경직성, 최저 임금의 급속한 확산 등에서 찾지 않고, 경제의 구조적 적폐 이슈 혹은 세계적 경제 불황 여파 등 비현실적 이슈에서 찾고 있지는 않은지 궁금하다.

 한국의 조선, 철강, 반도체 등 많은 기업의 펀더멘털이 공고한 현 시점에서 정책적 지원이 이뤄진다면 한국 경제는 또 다시 번영의 길로 도약할 수 있다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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