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11시께 수원시 권선구 곡반정동 한 어린이공원 일대. 미끄럼틀과 그네 등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시설이 설치돼 있는 공원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1층에 상가와 사무실이 입주해 있고, 2층부터 지상 4∼5층까지 전세 및 월세 형태로 주민이 살고 있는 다가구주택이 밀집해 있었다.

취재진이 골목마다 직접 세어 본 차량 대수만 500대 이상에 달했다. 이 중 거주자 우선주차구역과 공영주차장, 상가 및 주택 주차장에 정상적으로 댄 차량을 빼고 불법 주정차한 차량이 150여 대에 이르렀다. 원래 이 지역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마을이 터를 잡고 주민들이 생활해 왔다. 그런데 시가 1990년대 들어 이곳 일대의 취락을 정비하고 주거 여건을 개선시키기 위해 녹지지역을 주거지역으로 변경했다.

문제는 향후 주차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다세대주택 수백 채가 건축허가를 받아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매일 같이 주차난으로 몸살을 앓는 수원의 대표적 ‘원룸촌’이란 오명을 떠안게 됐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자 시는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주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3년 166대 규모의 공영주차장을 건립했지만 부족한 주차공간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지난해 9월 206면 규모의 공영주차장을 한 곳 더 신설했다. 시가 이 두 곳을 짓는 데 투입한 비용은 무려 78억1천만 원에 달한다.

반면 원룸촌 맞은편에 위치한 ‘보라색 아파트’로 더 유명한 ‘아이파크시티’ 대단지는 총 9개 단지 규모로 6천658가구가 입주해 있다. 이 아파트 단지는 모든 입주민이 지하주차장에 차량을 댈 수 있도록 주차공간을 확보하면서 지상에 단 한 대의 차량도 찾아볼 수 없어 곡반정동 원룸촌과 큰 대조를 이뤘다.

곡반정동 원룸촌에서 만난 주민 서모(33)씨는 "처음에 시가 주택계획을 수립할 때 주차수요도 충분히 반영해 건축허가를 내줬다면 주차 문제가 지금처럼 심각하진 않았을 거다"라며 "추후 주차난을 해결하려고 수십억 원의 예산을 낭비하는 것도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경기도내 지자체들이 향후 주차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도시개발을 진행하면서 극심한 주차난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경기연구원이 발행한 ‘경기도 주차난 해소를 위한 지원 방향과 제도 개선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수원시 자동차 등록대수는 47만5천847대로 주차면 50만5천128면을 갖추고 있다. 통계상으로 주차장 확보율이 106.2%에 달하지만 적정 주차확보면은 97만728면인 것으로 분석됐다. 46만5천600면이 모자른 셈이다.

도내 주차장 적정 확보율은 204%로 파악됐지만 이를 충족한 시·군은 한 군데도 없었다. 주차장 확보율이 100%에 못 미치는 지역도 17곳이나 됐다.

수원시 관계자는 "올해 내로 ‘주차장 실태조사 계획’을 세워 주차공간이 부족한 지역을 파악하겠다"며 "최대한 많은 차량을 수용할 수 있도록 공영주차장 부지 확보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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