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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벽화 앞 쓰레기 대신 관광객 발길 쌓이네

최명선 인천 중구 동화마을 시설 관리자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2019년 01월 21일 월요일 제7면

"어떤 시절에는 ‘화공(畵工)·화백(畵伯)’으로 불린 적도 있고, ‘환쟁이’라고도 불렸다. 요즘은 그냥 ‘동화마을’ 활동가로 웃으면서 젊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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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인천시 중구 송월동 ‘동화마을 활동가’로 활약하는 최명선(67)씨가 자신을 소개하며 멋쩍어 했다. 그는 현재 동화마을 시설관리자다. 2년 전부터 동화마을의 낡거나 색이 바랜 ‘벽화’ 등을 새 작품으로 탄생시키고 있다.

 최 씨가 동화마을에 쏟는 애정은 남다르다. 그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4년 동안 월미도 벽화 그리는 일도 맡아서 했다. 이후 개인 작업을 하다 동화마을 작업 제의가 들어왔다. 당시 배득환이라는 친구가 책임자로 있었는데, 갑자기 운명을 달리했다. 이런 이유로 이곳에서의 작업을 수락하게 됐다"며 "그 친구 삼촌 밑에서 간판 그림을 배웠고, 나는 붓 그림, 그 친구는 스프레이 그림을 잘 그렸다. 다른 예술가들은 자존심 때문에 이런 일을 맡지 않으려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는 자긍심을 갖고 일한다"고 먹먹해 했다.


 최 씨가 최근까지 새로 작업해 그린 벽화는 관광객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특히 암컷 코끼리와 그 젖을 먹는 아기 코끼리 벽화부터 먹음직스러운 케이크까지 동화마을 구석구석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그는 "기존의 그림을 살짝 바꿨다. 애초 코끼리 한 마리가 그려진 벽화 앞에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게 됐다. 그래서 벽화를 바꾸기로 했다. 새끼 코끼리를 그려 넣고 입체식으로 코 조형물도 달았다. 이후 관광객들이 너도나도 사진을 찍으려고 몰려들었다. 또 그 옆 원숭이가 호랑이와 사자를 쳐다보는 벽화도 재미있게 연출해 본 것"이라고 웃었다.

 최 씨는 ‘동화’라는 콘셉트에 변화가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조심스럽게 답했다.

 그는 "동화도 좋아한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디애나 존스나 해리 포터 등 어린이 영화 등을 콘셉트로 잡아 포토존도 그려 만들고 싶다.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나서 재방문했을 때 똑같은 그림만 있으면 싫증 날 수 있다. 극장 간판식으로 모양을 연출해 기간별로 바꿔 주면 좋을 것 같다. 영화뿐만 아니라 만화 캐릭터도 괜찮다. 저작권 문제 등을 고려해 테마를 연구해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특히 대작 영화 포스터나 극장 간판 등을 그려 전시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최 씨는 극장 간판 그림과도 인연이 깊다고 했다. 혼자 서울까지 오가며 4개 이상의 극장 간판 작업을 맡던 시절도 있다고 했다. 가방 안 붓 한 필만 있으면 많은 곳이 그의 작업장이었다.

 동화마을 바로 옆 동네인 동구 화수동 출신이기도 한 최 씨는 송현국민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국민학교 시절 공부는 머리에 안 들어왔지만 그림은 잊어버리는 일이 없었다. 당시 동네 주변에 있던 고아원 아이들과 바다갈매기 등을 크레파스로 많이 그렸던 기억이 난다. 입상도 많이 했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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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씨는 그림이 좋아 중학교도 중퇴하고 서울 아현동으로 무작정 가서 만화를 그렸다. 작은 그림은 마음에 들지 않아 ‘극장’에 다니며 간판 그림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군대 가기 전 여러 극장을 다니며 그림부장에게 그림을 배웠다. 간판 들어주는 사람과 바탕 칠과 글자를 쓰는 사람도 따로 있었다. 출연 배우를 그릴 수 있는 사람은 부장이었다"며 "수년간 극장 간판 그림을 배우며 그렸고, 군대를 제대하고도 극장 간판 일을 했다. 도원극장·현대극장·부평 대한극장 등 인천지역 극장에서도 오래 일했다. 2002년 인형극장에서 최민수 주연의 ‘리허설’이란 영화의 간판 작업이 마지막이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CGV 등 멀티플렉스 극장이 개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옛 극장에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줄어 간판 일도 없어졌다. 하지만 지금 개인 작업실에서 취미로 유화(영화 포스터) 등을 틈틈이 그리고 있다"고 했다.

 최 씨는 관광객들이 자신이 그리거나 보수한 벽화에 낙서를 하면 화는 나지만, 나중에라도 낙서한 글을 보러 다시 동화마을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웃어 넘긴다고 했다.

 그는 "동화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모두 양반은 아니다. 조형물을 발로 차서 부수거나 벽화에 낙서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처음에 화가 많이 났다. 하지만 더 멋진 벽화와 작품을 만들면 된다는 생각으로 바꾸고 산다"고 말했다.

 최명선 씨는 "70세에 가까운 나이지만 힘이 닿는 한 그림을 계속 그리고 싶다. 동화마을에서의 벽화 작업 등을 통해 점점 젊어지는 기운도 받는다"며 "취미로 그리고 있는 유화 등 개인 전시회를 여는 것이 마지막 바람이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시절 야간학교에서 그림을 가르친 적도 있고, 일일선생님도 한 경험이 있다. 마을 주민 대다수가 노인분들이지만 배울 열정이 있는 주민들한테는 크로키 같은 기본기를 알려 주고 벽화 작업도 함께 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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