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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남현 인천시 도시녹화팀장
겨울철임에도 수도권에 초미세먼지(PM2.5) 경보가 발령되고, 차량 2부제가 시행됐다. ‘1월의 잿빛공포’, 기후변화에 따른 대기 정체 현상이 그 원인이라고 한다. 한반도 상공에 고기압이 자리 잡아 북극의 찬 공기가 한반도를 빗겨 북쪽으로 흐르게 되면서 중국에서 흘러 들어 온 오염물질이 한반도에 머무는 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기후변화(Climate Change)의 정의를 살펴보면, ‘세계적 또는 지역적 기후의 시간에 따른 변화로서, 10년에서부터 수백만 년 동안 대기의 평균적 상태 변화’를 의미하며, ‘인간 활동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기인하여 지구 대기의 구성을 변화시키는 상당 기간 동안 관측된 자연적 기후 가변성에 추가해 일어나는 기후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한다.

 기후변화의 원인을 살펴보면 산업혁명 이후 지속적으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됨에 따라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등이 대기에 잔류하기 때문이다. 온실 가스는 우주로의 열 방출을 감소시켜 온실효과(Greenhouse Effect)을 일으킨다. 온실효과 작용으로 지구의 평균기온이 과도하게 증가돼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현상을 일으킨다. 지난해 여름 40℃에 이르는 폭염과 최근 스위스 동부, 오스트리아 북서부 등 유럽에서 발생한 폭설로 인한 인명 피해 등은 지구적 기후변화 피해로 매일 접하는 일상이 됐다.

 IPCC(기후변화국제협의체)의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33년간(1880~2012) 지구 평균기온은 0.85℃ 상승했고, 해수면은 지난 110년간(1901~2010) 19㎝ 상승했으며,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금세기말(2,100)에는 지구 평균기온은 3.7℃, 해수면은 63㎝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2015년까지 한파, 대설, 폭염, 홍수, 태풍 등 기상 재해로 인해 60만6천 명이 사망했고, 매년 수천억 원의 재산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10년간 자연 재해로 인해 7조3천억 원 이상의 재산 피해를 일으켰고, 사과의 주산지가 대구에서 영월로 북상했으며, 단감과 감귤 재배지가 경상북도와 충청남도까지 확대됐다.

 최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잿빛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력발전소 등 각종 공해 유발 시설의 건설을 자제하고 차량 운행 등을 줄여야 하며, 기후 조절 능력과 오염물질 흡착 능력이 있는 나무를 많이 심어야 한다. 산림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산림 1ha(40년생 1천300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오염물질은 168㎏(이산화질소 52㎏, 미세먼지 46㎏, 오존 46㎏, 이산화황 24㎏ 흡수)이라고 한다. 인천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PM10) 약 8천292t을 상쇄시키는 데만 해도 14만282ha(축구장 17만5천 개)의 산림이 추가로 조성돼야 하고, 40년생 나무가 1억8천237만 주가 더 식재돼야 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인천시는 산림청 공모사업에 응모해 한남정맥에서 생성되는 맑고 찬 공기를 도심권으로 끌어들이고, 바닷바람과 환류될 수 있는 녹지를 연결하는 ‘도심 바람길 숲’을 조성한다고 한다(3년간, 국·지방비 180억 원). 그러나 이러한 노력을 한다 하더라도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매우 미미한 조치에 불과하다. 2020년, 코앞으로 다가온 도시계획시설 일몰제가 시행되면 그동안 조성하지 못한 도시공원과 시설녹지는 해제된다. 도시의 골격을 이루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약속하는 것이 공원녹지요, 도시의 허파 역할을 하는 것이 공원 녹지인데, 이런 공원녹지가 파편화되고 해제된다면 미래 세대에 당당하게 물려줄 공공적 가치는 무엇인지, 참으로 암담하다.

 지금이라도 중앙정부에서는 시민이 곧 국민임을 인식해야 한다. 공원 조성 시 국유지를 보상해야 한다는 제도를 폐지하고 심각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공원녹지로 결정된 국유지는 무조건 지방자치단체에 무상 양여돼야 하며, 토지매입비를 포함한 공원 조성비를 국비에서 지원해야 한다. 이런 국가적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지방자치단체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도시공원 제도에 대한 중앙정부의 전향적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도시에 살고 있는 국민들은 재충전할 수 있는 쉼터를 잃게 되고, 숨을 쉴 수 없는 환경에 이르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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