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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권홍 원광대 교수
지난주, 수소경제라는 화두와 원전 폐지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문 대통령은 수소경제에 대해 "에너지원이 석탄과 석유에서 수소로 바뀌는 산업구조의 혁명적 변화"라고 정의하면서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활용 전 분야에 걸쳐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미 2000년 초반, 수소 사회로의 전환에 대한 정부 정책을 발표했고, 로드맵이 작성됐다. 2000년 석유 38.5%, 석탄 23.8%의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 구성에서 2050년에는 수소 비중이 45%로 전체 에너지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수압파쇄와 수평굴착 기술 발달로 인해 미국 내부에서 천연가스 생산이 급격히 증가했고, 이로 인해 수소에너지에 대한 열기는 식었다. 그래도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에너지원이 천연가스를 거쳐 수소에너지로 전환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갑자기 대통령과 정부가 수소를 중심으로 하는 국가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수소를 중심으로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 것일까. 수소에너지의 핵심은 수소를 어디서 생산하느냐, 관련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수소는 우주의 생성 이후 가장 먼저 생성된 원소이고 가장 가벼우며 우주 속에 가장 흔하게 존재한다. 한마디로 무한한 에너지원이다. 이런 면에서는 참 좋다. 현실에서 수소는 공기 중, 물 분자 그리고 석유·가스·석탄 등 화석연료 속에 존재한다. 공기 중의 수소를 포집하는 것은 경제성이 나오지 않고, 물을 분해하자니 생산되는 수소보다 들어가는 전력이 더 많다. 즉, 비효율적이며, 물의 전기 분해를 통해 수소를 얻으려면 저렴한 원자력발전을 계속해야 한다. 그래서 가장 선호되는 수소생산이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 것이다. 정부는 수소를 이야기할 뿐 그 이면의 천연가스는 잘 드러내지 않는다.

 다시 정리하면 대통령이나 정부가 주장하는 수소 사회가 사실은 천연가스 사회다. 미국 또한 이런 점을 인정하면서, 4천만t의 수소 생산량 중, 1천600만t을 화석연료에서 추출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화학공정 등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활용하는 방안은 일부 의미는 있으나, 전격적인 수소사회로 진입한다면 미미한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자동차 연료를 수소로 전환하는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 충분히 가능성과 경쟁력이 있는 정책이다. 배터리로 달리는 전기자동차와 비교했을 때, 기동 거리, 충전의 편의성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 수소파이프라인으로 대체되거나, 천연가스와 수소를 동시에 수송한 후 적절한 곳에서 이를 분리하는 기술들이 발전될 것이다. 수소자동차 충전소는 기존 주유소의 일부를 수소충전소로 전환하는 것도 대안일 수 있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국민들에게 수소경제가 화석연료의 사용과 무관하다거나, 수소에너지로의 전환이 엄청난 사회경제적 효과를 불러오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이다. 또한, 산업구조의 혁명적 변화 정도에는 이르기 어렵다. 그리고 수소의 공급원인 천연가스가 비싸다는 점,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뽑아서 전력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렇게 효율적이지는 않다는 단점도 알려야 한다.

 대통령이 수소경제를 홍보할 때, 송영길 의원은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비판하면서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을 재개하자고 주장했다. 이산화탄소로 인한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다소비 업종 중심의 산업구조, 원자력 산업의 경쟁력, 북한과 경제협력에 필요한 전기 공급 등을 모두 고려한 것이라면 송영길 의원의 주장은 올바르다. 여기에 가을부터 봄까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소하는 방법은 석탄발전을 감축하는 것이다. 핵심 원인인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심각한 국내 미세먼지 발생원은 석탄발전과 자동차 배기가스 등이다. 그렇다면 석탄발전을 감축하는 것이 우선이다. 에너지는 원자력이나 수소의 선택에 대한 문제를 넘어, 우리의 미래·경제·환경·생존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핵심과제이다. 따라서 에너지 정책은 과격하거나 현실을 도외시한 환경주의적 시각을 넘어서서, 하루하루 전개되는 국제적 변화도 바라보면서 수립돼야 한다. 아쉽게도 우리 청와대에는 폭넓은 사고를 하는 에너지 전문가가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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