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풀 죽었던 오래된 마을에 한순간 생기가 돌았다. 낡고 가난했던 인천시 중구 송월동이 동화마을로 새 단장했다. 적막하고 쓸쓸했던 마을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동화 속 주인공들로 색깔을 입힌 살림집 담벼락과 골목길 조형물은 바깥 세상 사람들의 호기심과 감성을 움직였다. 송월동 150가구의 변신은 기계가 엮은 네트워크의 문명 속에서 들불처럼 번졌다.

한 해에는 관광객 100만 명이 송월동 동화마을을 둘러보고 갔다. 2만2천㎡ 크기의 조그마한 마을에 카페와 기념품 상점이 들어서고, 휴식과 체험공간도 새로 마련됐다. 이웃한 북성동 차이나타운의 몇몇 업주들은 사업 영역을 송월동 동화마을로 넓혔다. 3.3㎡당 300만 원 남짓하던 가게 터 값은 1천만 원이 훌쩍 넘었다.

원주민들 대부분이 동화마을을 떠났고, 그 자리를 외지인들이 메웠다.

동화마을을 꾸민 지 5년이 지났다. 활력의 기운은 예전 같지 않다. 송월동 동화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의 발길도 서서히 줄고 있다. 중구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체험시설 트릭아트스토리 관람수익금을 봐도 그렇다. 2015년(7∼12월) 1억1천46만 원이던 수익금은 2016년 2억5천775만 원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2017년 1억9천646만 원, 2018년(1∼8월) 1억2천893만 원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상인회원들도 줄고, 상권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당초 동화마을 만들기는 송월동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풀어내지 못했다. 원도심 재생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도도 성숙하지 않았다. 폭넓고 열정적인 주민 참여 없이 관 주도형으로 전국의 사례들은 차용했다. 차별성과 독창성이 송월동 동화마을에 깃들지 않은 이유다. 인천기상대와 인천전기, 조일양조 등 송월동의 옛것을 살려내지 못했다. 관광객들은 동화마을에서 새로운 발견을 갈구하고 있다. 중구는 자유공원서로 45번길에 ‘어린왕자 골목’을 새롭게 구상하고 있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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