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땅을 손책이 평정하고자 나섰을 때였다. 숙부뻘 되는 손정이 의견을 내놓았다. "상대가 성문을 걸어 잠그고 굳게 지키니 함락시키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회계 땅의 대부분 재물과 곡식이 사독에 있으니 그곳부터 치자. 그리하면 옛말 그대로 ‘대비함이 없는 걸 공격하고, 예상치 못한 곳을 찔러라’가 아니겠느냐?"

 손책은 크게 반색해 이 작전을 실행에 옮겨 성공을 거둔다. 사실 ‘공기무비 출기불의’는 손자병법 시계편에 나오는 기습 전술로 유명한 얘기다. 나중의 일이지만 제갈량도 이 전술을 애용했고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이는 특별한 목적을 위해 선제 공격할 때 유용할지 모르나 너무 남발하면 끝이 좋지 않은 법. 손책이 중도에서 쓰러진 경우나, 제갈량이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끝내 오장원에서 자멸한 것을 봐도 그렇다. 특히 공격하기보다는 수비형 안보 전략을 가진 우리 입장에서는 상대의 이 ‘수’를 경계해야지 써먹는 건 쉽지 않은 일이려니와 유용하지도 않다. 거칠고 혼탁한 세상에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전술이 있다는 걸 유념해 두는 건 보험적 가치가 있을까?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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