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샌드박스는 기존의 규제를 적용하기에 불분명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도입하고자 할 때 ‘보다 완화된 규제 환경에서 이를 시험적으로 운영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규제 공간’이다. 시장의 ‘빠른’ 발전과 규제의 ‘느린’ 입법화 간 시차가 커지는 상황에서 혁신과 발전 속도를 훼손하지 않으며, 새로운 산업의 유용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좋은 제도가 우리나라에서도 첫발을 내디뎠다. 17일 정보통신융합법과 산업융합촉진법을 시작으로 4월에는 금융혁신법과 지역특구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30일 안에 정부 회신이 없으면 사업자는 규제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제품을 출시할 수 있으며, 관련 법규가 모호할 땐 일정 기간 규제 적용을 면제하는 ‘임시 허가 또는 규제 특례’가 적용된다.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을 때, 예단해서 막기보다는 통제된 상황과 범위 내에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신산업이 만들어지고, 일자리도 창출될 수 있다. 세계의 금융허브를 유지해온 영국과 싱가포르가 핀테크 영역에서 막대한 수입을 창출하며 ‘핀테크허브’를 구축한 비결도 여기에 있다. 이처럼 규제 샌드박스는 국가의 미래 철밥통을 키우는 중요한 열쇠라 하겠다. 하지만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선 실제 운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통합적이고 효율적인 조직을 운영해야 ‘규제에 익숙하지 않은 사업자에게 자문을 충실히 할 수 있고, 기업의 신속한 시장 접근 및 시행착오 감소’라는 본연의 목표도 달성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정부 조직도 기업 중심으로 단일화할 필요가 있다. 현행처럼 IT 분야 규제는 과기부 산하 기관에, 산업 분야 규제는 산업부 산하 기관에 문의하는 방식은 기업 입장에서 볼 때 불합리하고 비능률적이다. ‘신기술·서비스와 규제특례’ 심의를 통합해 기업에게 ‘원스톱 쇼핑 솔루션’을 제공하는게 바람직하다. 아울러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얻은 정보의 ‘공유와 활용’도 중요한 과제다. 기업과 소비자, 감독기관은 제도 시행을 통해 새로운 경험과 학습 기회를 갖게 될 것이며, 이는 향후 규제기준과 행위규범을 정하고 합의하는데 유용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이러한 소중한 정보들을 잘 활용하고 개선해야 미래도 선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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