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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백천 중국 절강과기대학 교수
또다시 체육적폐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단골 메뉴이기에 대다수 체육인들은 ‘또 올 것이 왔구나’라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냐며 푸념하기도 한다.

보수와 진보가 몇 차례 주거니 받거니 하며 정권을 번갈아 잡았지만 유독 스포츠계에서 터져 나오는 비리는 정권의 향배와 무관하게 깊이 뿌리박고 있다.

지금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스포츠비리 근절이 정치의 화두가 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흐지부지돼 대다수 정의로운 체육인들을 실망시켜 왔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체육적폐 청산은 국정 주요과제 중 하나로 떠올랐지만 결국 최순실과 김종의 국정농단과 체육농단으로 결말을 맺으면서 대한민국 스포츠는 또다시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나는 이 과정에서 분명히 짚고 가야 할 내용을 간과한데 대해 상기시키고자 한다.

지난 정부의 체육을 통한 국정농단을 과연 당시 대한체육회장이 몰랐을 리가 있었겠냐는 합리적 의심이 그것이다. 당시 대한체육회장은 그들의 국정농단이 도를 넘고 있을 때 어느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 같은 말을 한 기억이 난다. 그는 나중에 자신의 자서전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했다. 그가 한 이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지금이라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그는 당시 직선으로 선출된 대한민국 체육 대통령이었다. 만약 그가 그들의 농단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두려워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있었다면 엄연한 직무유기로 마땅히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일례로 전국체전이 제주에서 개최됐는데 유독 최순실 딸이 출전하는 승마 종목은 인천에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대회에서 최순실의 딸은 금메달을 획득하고 이화여대에 특기자로 입학을 했다. 과연 이 같은 일을 당시 체육계 수장이 몰랐을 리가 있겠는가.

이런 과정에서 최순실과 김종에게 놀아난 체육회 수장과 일부 몇몇 체육인들이 그들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면서 오직 자리보전하는데만 골몰했다. 한데, 정권이 바뀌니 이제와서 자신들이 최대의 피해자라며 또다시 현 정부에 줄을 대고 진정한 체육인이라고 자청하며 억울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들은 이렇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인, 경제인, 법조인, 언론인 등을 등에 업고 목숨을 연장하면서 갖은 불법을 저지르고 체육을 농단하고 있지만 아무 거리낌도 없다.

현 정부에 묻고 싶다. 어떤 생각으로 대한민국 체육이 또다시 이 모양 이 꼴로 가게 내버려 두는지.

또한 대한민국 언론에도 묻고 싶다. 대한민국 체육을 바라보는 펜이 왜 이렇게 무뎌졌는지.

감히 나는 주장한다. 지난 30여 년 동안 가장 의리 있는 남자, 가장 의리 있는 체육인인 양 하면서 여야 정치판을 넘나들며 자신의 곳간을 채우는데 혈안이 됐던 사람. 대학총장, 대한체육회장 등등의 각종 직위를 이용해 온갖 나쁜 짓을 다하고도 지금도 나 없이는 안 된다는 기이한 논리로 권력에 줄댈 궁리만 하는 사람.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은 절대 다치지 않는다고 공공연히 자랑을 일삼는 사람. 바로 그 사람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최순실과 김종의 농단을 방관한 책임 하나만으로도 족하다.

스포츠 적폐를 뿌리뽑는 일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일찍이 올림픽 정신은 스포츠는 정치와 이념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8년 2월 5일 평창 IOC 총회 개회식 축사에서 "스포츠가 정치와 이념의 장벽을 뛰어넘는 것을 보여줄 것" 이라고 했다.

이제는 대한민국 체육이 제대로 변해야 한다. 4대 메이저 스포츠대회를 모두 개최한 다섯 번째 국가이자 10대 스포츠 강국의 위상이 무색해지는 걸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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