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가 위법하다<본보 2018년 11월 15일자 3면 보도>고 단정할 수 없다며 금융당국이 이 회사에 내린 철퇴를 중단시켰다. 즉각적 제재 시 경제적 피해가 막심한 데다 본안 판결 이후 적법성을 따져 행정처분을 하더라도 늦지 않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22일 이 회사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낸 행정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증선위의 처분으로 이 회사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함을 인정할 수 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이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이 회사의 회계처리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본안 소송에서 판단을 받기도 전에 특정 주주나 삼성바이오의 이익을 위해 4조 원이 넘는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부패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 기업 이미지와 신용 및 명예가 심각히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표이사 해임 처분에 대해서 재판부는 "대체 전문경영인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해임이 이뤄질 경우 심각한 경영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재무제표 재작성 역시 "기존의 회계정보를 신뢰하고 삼성바이오와 이해관계를 맺은 주주와 채권자, 고객이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대여금을 회수, 또는 거래를 단절할 우려가 있다"며 "그로 인해 이 회사는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입을 위험에 노출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증선위의 제재는 삼성바이오의 회계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본안 판결로 적법성이 판명된 이후 제재를 하더라도 그 효과는 충분히 거둘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증선위의 제재는 이 회사가 제기한 행정소송의 결과가 나온 이후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이 중단된다. 앞서 증선위는 이 회사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4조5천억 원의 고의 분식이 있었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증선위는 이 회사의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3년, 재무제표 재작성, 과징금 80억 원 부과 등의 처분을 내렸다. 또 이 회사와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곧바로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회계처리는 국제회계기준(IFRS) 원칙에 부합하고 오히려 금융당국이 지난 3년간 이와 관련해 수 차례 입장을 번복했다"고 했다.

한편,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날 법원의 결정에 대해 구체적 내용을 살펴본 뒤 즉시항고 여부 등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며, 이와는 별도로 본안소송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