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논리에서 벗어나 시민을 위한 정책적 접근을 하겠다"고 약속한 박남춘 인천시장이 앞뒤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청라 소각장 폐쇄 청원에 "시민들이 수용하지 않으면 사업을 절대 추진하지 않겠다"는 그의 답변은 시민을 위한 험로를 헤쳐 가겠다는 다짐과 거리가 멀다.

22일 박남춘 시장은 시의회 본회의와 SNS를 통해 "당장의 성과와 작은 이익에 연연해 일을 그르치는 우를 범하지 않고 호시우행(虎視牛行) 하겠다"며 "이는 ‘정치적 이해를 먼저 생각하지 않겠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한 청라 소각장 시민청원 답변을 보면 박 시장이 말하는 ‘시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아리송하다. 일부 지역 비난 여론과 전체 시민의 이익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모양새다.

박 시장은 내구연한이 지난 청라 소각장 현대화의 필요성을 정확히 인식했다. 폐기물 용량이 포화된 상태에다 설비 노후화를 보완하기 위한 새로운 소각 설비 도입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박 시장이 말한 현실대로라면 청라 소각장 현대화는 불가피한 결정이다. 그는 환경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인 폐기물 처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방향성도 제시했다.

현안 분석과 달리, 시가 내놓은 해결책은 ‘대화’와 ‘공론화’다. 청라 소각장 현대화를 반대하며 시민청원을 올린 청라 주민이 수용할 때까지 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2015년 연한이 다한 소각장 시설은 명확한 개선계획 없이 돌아가게 됐다.

시가 추진한다는 ‘청라 자원순환시설 현대화사업 타당성 검토 및 기본계획’도 어느 정도 공론화가 된 이후 진행할 계획이다. 소요되는 기간은 5년이 될 수도 10년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청원 답변을 통해 박 시장이 내놓은 해결책은 주민들에게 공론화를 호소한 것이 전부다.

시민 의견을 듣겠다는 박 시장의 답변은 지난해 11월 서구청에서 공동합의한 환경문제 등 현안 해결 기조와도 같다. 이 자리에는 박 시장과 이재현 서구청장 뿐 아니라 신동근 국회의원, 김교흥 서구갑지역위원장, 서구지역 시의원·구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한편, 박 시장은 정치적 이해를 벗겠다는 각오와 함께 전임 정권에서 결정한 시티타워 사업자, G시티, 동구수소전지 MOU 등이 선거를 앞두고 진행됐다는 아쉬움을 표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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