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감각법
대니얼 샤모비츠 / 다른 / 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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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식물을 빗대 쓰는 말들을 살펴보면 평소 우리가 생각하는 식물의 이미지가 그대로 투영돼 있다. 언제나 그 자리에 고정된 채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계절의 변화를 묵묵히 받아들이는 식물들.

 오랫동안 사람들 눈에 식물은 자유로이 기능하지 못하는 별 볼 일 없는 생명체로 비춰져 왔다. 최근에는 ‘반려식물’이라는 이름으로 창가에 놓인 작은 화분의 위상이 높아진 듯도 하지만 여전히 이 녹색 반려자를 말 없이 늘 제자리를 지키는 존재로 여긴다.

 그렇다면 정말 식물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존재에 불과한 것일까.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식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냄새를 맡고, 맛을 보고, 느끼고, 기억한다고 말한다.

 식물은 당신이 입고 있는 셔츠가 푸른색인지, 붉은색인지를 알고 이웃 식물들이 내뿜는 죽음의 향기를 몰래 맡아 다가오는 적들의 공격에 대비한다고 한다. 또 호되게 아팠던 경험을 기억 속에 남겨 둬 다음 세대에 전한다고 한다.

 이 책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발달시켜 온 식물의 감각을 철저히 과학적인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찰스 다윈의 식물 실험부터 최신 유전학 연구에 이르기까지, 과학자들이 증명해 낸 명백한 사실로서의 식물의 삶을 관찰하는 시간은 그간 식물을 무력하고 수동적인 존재로 여겨왔던 인간의 관점을 완벽하게 전복시킨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 만나식물생명과학센터 소장인 저자는 이 분야의 수많은 논문과 연구자료들을 바탕으로 식물의 감각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앞에서도 밝혔듯 저자는 식물도 인간이 가진 감각을 지니고 있다는 가정 하에 시각, 후각, 미각, 촉각, 청각, 자기수용감각(위치 감각), 그리고 기억하는 능력에 대해 다룬다. 각 장별로 인간이 가진 특정한 감각을 강조하고 그 감각이 인간과 식물에서 각각 어떻게 나타나는지 비교한다.

 이를 통해 식물이란 무엇이고 식물과 인간을 구분 짓는 기준은 무엇인지, 과연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돌이켜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울타리 밑을 비집고 나온 민들레, 담장 너머로 핀 꽃들, 길가에 늘어선 가로수 등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 왔던 주변의 식물들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내 어머니 이야기 세트
김은성 / 애니북스 / 6만2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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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영하의 추천을 받으며 화제가 된 만화 「내 어머니 이야기」(전 4권)의 개정판이 출간됐다. 2014년 완간됐다가 절판된 작품을 애니북스가 편집과 디자인을 새로 거친 개정판으로 다시 소개했다.

타고난 이야기꾼이자 대단한 기억력의 소유자인 엄마의 얘기를 들을수록 나이 사십에 처음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딸은 엄마의 얘기도 ‘역사여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확고해진다. 객관적인 역사와 엄마가 체험한 역사는 달랐지만 두 가지 역사는 어느 외길에서 만나기도 한다. 그렇게 엄마의 80대와 딸의 40대, 꼬박 10년 세월을 바쳐 완성된 한국 근현대사 100년의 장면들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일제강점기의 함경도 북청을 배경으로, 당시의 생활상과 유년시절 어머니의 집안사가 그려진다. 2부에서는 놋새가 원치 않은 혼인과 동시에 광복을 맞이하고, 이윽고 한국전쟁으로 인해 피난민이 돼 남한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이 실려 있다. 3부에서는 거제 수용소에서의 피난민 시절을 거쳐 논산에 터를 잡은 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머니의 삶이 그려진다. 4부에서는 1970년대 말 서울로 올라온 뒤의 가족사가 펼쳐지고, 대학생으로 성장한 딸의 이야기가 어머니의 이야기와 맞물려 진행된다.

우리말의 탄생
최경봉 / 책과함께 / 1만6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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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모국어인 ‘한글’로 만들어진 우리말 사전을 가지고 있는 언어공동체다.

 각 가정마다 두꺼운 국어사전을 한 권씩 책장에 꽂아 두며 찾아보던 시기가 있었고, 근래에는 국립국어원 홈페이지나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손쉽게 사전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를 통해 보통 띄어쓰기 등을 비롯한 맞춤법이나 사용하려는 단어의 뜻, 용례를 찾아보곤 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말과 글의 기준 역할을 하는 사전이 어떤 의도와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책 「우리말의 탄생」은 이러한 인식에 경종을 울리며 최초의 우리말 사전이 만들어지기까지 50년 동안의 길고 험난했던 전 과정을 집중 조명한다.

 저자는 수많은 자료와 사진을 토대로 우리말 사전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어떤 사람들이 만들었는지, 일제의 탄압이 한창이던 시기에 그들은 왜 목숨까지 걸어가며 사전을 편찬하려 했는지 살펴보며 역사 속에서 우리말 사전이 갖는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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