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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울루 벤투(왼쪽)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3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카타르와의 8강전(25일 오후 10시)을 앞두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와슬 축구 아카데미에서 진행된 훈련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토너먼트 여정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3일(한국시간) 16강에서 바레인(FIFA 랭킹 113위)에 2-1 진땀승을 거두고 8강에 올랐다. 59년 만의 우승 목표에 한발짝 다가섰지만 경기력에 있어 불안감도 감지된다.

한국은 중국과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을 빼면 상대를 확실하게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 필리핀(116위)과 키르기스스탄(91위)전에선 밀집 수비의 해법을 제대로 찾지 못해 두 경기 모두 1-0 신승을 거뒀다.

손흥민(토트넘)이 합류하고 치른 중국전에서는 한국 축구 특유의 빠른 스피드와 위험지역에서의 정밀한 패스가 나오면서 2-0 완승을 했다. 그러나 바레인과의 16강전에서는 느린 템포의 답답한 점유율 축구에 매몰돼 좀처럼 득점 기회를 얻지 못했다.

벤투호의 스타일은 골키퍼부터 수비수와 미드필더를 거쳐 공격진까지 볼이 투입되는 철저한 ‘빌드업 축구’다. 하지만 이날 패스 속도는 너무 느렸고, 상대 밀집 방어 스타일에 패스가 너무 많아져 득점 기회를 잡지 못했다. 슈팅 개수도 현저하게 떨어졌다.

한국은 전반전 점유율에서 바레인을 73%대 27%로 앞섰다. 볼만 돌리다 슈팅 기회를 제대로 못 잡은 셈이다. 벤투호는 바레인을 상대로 120분 연장 승부 동안 슈팅을 7개밖에 시도하지 못했고 유효슈팅은 2개였다. 유효슈팅 2개가 모두 득점으로 이어진 것은 행운이었다.

태극전사들이 바레인전 전·후반 90분, 연장 전·후반 30분까지 120분을 뛰면서 평균 17분마다 한 차례씩 슈팅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수치만으로도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는 게 드러난다. 반면 바레인은 한국보다 많은 9차례 슈팅을 시도했고, 유효슈팅은 4개였다.

수비에 집중하는 팀을 만나면 점유율을 높이면서 빠른 패스와 과감한 돌파로 상대의 수비벽을 허무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벤투호는 바레인을 상대로 점유율만 높았을 뿐 공격 전개 작업에서는 아쉬움이 컸다. 특히 점유율 축구의 핵심인 패스에서 실수가 잦아 템포를 잃었고, 상대 역습에 당해 실점했다.

희망적인 것은 황희찬(함부르크)과 김진수(전북)의 득점 모두 오른쪽 측면에서 빠른 돌파로 위험지역으로 볼을 보내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충분히 점유율과 빠른 템포가 공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 장면이었다.

공격수들이 완벽한 기회를 만들려고 슈팅 기회를 흘려보낸 것은 문제였다. 선제골을 넣은 황희찬 역시 앞서 골대 정면에서 좋은 슈팅 기회가 있었지만 주저하다 빼앗기기도 했다.

태극선수들의 체력 관리와 회복도 우승을 향한 중요한 요소다. 중국전이 끝난 뒤 휴식기간이 주어졌지만 결국 컨디션 난조로 인해 빠른 템포의 축구를 이어가지 못했다.

한국은 16강전에서 이라크를 따돌린 카타르와 25일 오후 10시 준결승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카타르는 FIFA 랭킹이 93위밖에 안 되지만 조별리그 무실점 3연승을 기록하는 동안 10골을 넣으며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이어 난적 이라크마저 1-0으로 물리치고 8강에 올랐다.

‘2022년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는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대표팀 전력이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계 인물은 조별리그 7골로 골 결정력이 좋은 공격수 알모에즈 알리다. 수단 태생으로 1996년생의 ‘젊은 피’ 알리는 조별리그 3경기 모두 골맛을 봤다. 16강전에서 프리킥 결승골을 넣은 중앙 수비수 바삼 알 라위의 날카로운 킥도 주의해야 한다.

카타르는 한국과 달리 16강전을 90분 만에 마쳐 체력적으로 여유를 갖게 됐다. 다만, 미드필더 아심 마디보와 측면의 압델카림 하산이 경고 누적으로 8강전에 출전할 수 없게 된 점은 한국 입장에서 호재다.

한국은 상대 전적 5승2무2패로 앞섰지만 2017년 6월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2-3으로 패한 기억이 있어 이번 대결이 설욕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카타르전에서 볼 점유율을 높이면서 빠른 템포를 살려 과감한 슈팅으로 주도권을 잡아야만 승산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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