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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연합뉴스
갈수록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의 성추행 논란은 공직사회에 만연한 ‘몰지각성’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공공연한 직장 내 성희롱과 성추행을 차단할 수 있는 상담창구도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23일 여성긴급전화1366인천센터 등에 따르면 지역사회는 여전히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성희롱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힘든 분위기다. 최근 미투운동 등 성(性)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한편으로 직장에서의 성희롱은 감춰지기 일쑤라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각 군·구별로 운영 중인 ‘직장 내 성희롱 상담창구’ 상담 건수에서 엿볼 수 있다. 인천지역 10개 군·구의 ‘직장 내 성희롱 상담창구’를 통해 접수된 상담 건수는 지난해 기준 단 1건에 불과하다. 강화군에서만 1건이 접수됐을 뿐, 나머지 9개 군·구에서는 성희롱 및 성추행 관련 상담신고가 한 건도 없었다.

반면 여성긴급전화1366 등 외부 상담창구를 통한 직장 내 성희롱 신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기준 직장 내 성희롱을 포함해 가정폭력·데이트폭력 등의 내용으로 여성긴급전화1366에 걸려온 전화는 월평균 1천35건이다. 매일 34건에 달하는 신고가 접수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분위기가 바로 위계질서로 인한 조직 내 ‘몰지각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특히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표현하는 격려 수위를 자의적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이재현 청장의 "격려 차 포옹을 하고 볼에 고마움을 표시했다"는 입장 발표가 가능했던 이유다. 결국 피해자들이 당장 느끼는 성적 불쾌감보다도 "괜히 조직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 아닌가"하는 두려움이 앞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여성긴급전화1366 관계자는 "회식 자리나 근무시간에 느끼는 성적 불쾌감이 조직 내에서는 희석될 가능성이 높지만 직장 내 성희롱은 대부분 직위를 이용한 것인 만큼 형법상 강제추행죄에 해당한다"며 "그동안 ‘혹시나 외부에 알려지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하는 우려로 내부 창구를 이용하지 못했다면 이제는 피해자 입장에서 공감하는 인식체계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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