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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인도가 떼까마귀 분변으로 하얗게 뒤덮여 수원시 팔달구청에서 직원들이 배설물을 청소하고 있다. /사진 = 기호일보 DB
"떼까마귀 분변에 손님 차량이 맞지 않게 계속 쫓는 게 일상이 됐습니다."

지난 22일 오후 7시께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한 고깃집 앞 도로. 한창 저녁 장사로 바쁜 고깃집 문 앞에 60대로 보이는 주차관리원이 가게를 찾은 손님 차량의 주차를 분주하게 안내했다. 그는 손님이 전신주 전깃줄 아래 도로변에 차량을 대려고 하자 인근 주차장 사용제휴를 맺은 빌딩에 다시 주차하라고 알려 줬다.

이 주차관리원 옆에는 길이 1m쯤 되는 각목 한 개가 세워져 있었다. 성인 팔뚝 만한 두께의 각목은 휘두르면 ‘후웅’하는 바람소리가 날 정도로 위력적으로 보였다.

바쁘게 손님 차량을 안내하던 주차관리원은 잠시 여유가 생기자 이 각목을 집어 들었다. 이어 전신주 근처로 가서 각목으로 세게 쳤다. ‘따악’ 소리와 함께 어둠이 깔린 하늘 위로 ‘파닥파닥’ 소리가 났다. 이미 해가 저문 밤하늘을 배경으로 새까만 떼까마귀 수백 마리가 날아오른 것이다.

떼까마귀는 상공에서 10여 초를 머물다 주차관리원이 각목으로 때린 전신주에서 약 20m 떨어진 다른 전신주로 자리를 옮겨 착지한 후 전신주 밑에 주차된 차량에 분변 테러를 감행하기 시작했다.

이곳 식당 주차관리원은 "떼까마귀가 도로변 위 전깃줄에 앉으면 손님들이 세워 놓은 차가 새똥을 맞기 때문에 새떼를 쫓으려 고안해 낸 게 각목"이라고 귀띔했다.

3년째 겨울마다 수원을 찾는 떼까마귀로 인해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전신주 밑 도로변에 세워 놓은 손님 차량에 떼까마귀들이 분변을 보면서 차량을 지저분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에 따르면 2016년 겨울 처음 수원지역에 출몰한 떼까마귀는 해마다 동절기만 되면 어김없이 도심 곳곳에 상주, 배설물 폭탄을 퍼부으면서 행인과 차량 피해는 물론 거리도 더럽히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 출몰지에서 영업하는 상인들의 근심도 해마다 크다. 손님 차량에 떼까마귀가 분변을 보면서 매출 하락에 영향을 주진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시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떼까마귀 주요 출몰지를 순찰하면서 시민들이 분변에 맞는 피해를 입지 않도록 새를 쫓고 있으나 전부 쫓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최대한 전신주 아래 주차를 자제해 달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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