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수장을 지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의 독립성을 해하여 권한을 남용했다는 혐의로 24일 새벽 구속 수감됐다. 양 전 대법원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소송 관련 재판 거래,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 비자금 조성 등에 관한 개입 등 다수다. 구속 영장 발부 사유가 "범죄 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수사 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져 법원 스스로가 일단은 혐의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우리는 헌법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헌법에 명시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 등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가 법원이다.

 동법은 이어 제101조에서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된다"라고 전제하고, 제103조에서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명문화 하고 있다.

 법관은 일반시민에 비해 보다 높은 정도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신분이기도 하다. 때문에 법관으로서 몸가짐과 행동은 의심받는 것만으로도 비난 받을 수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이날 구속으로 대한민국 71년 사법부 역사상 법원의 수장을 지낸 전 대법원장이 처음으로 구속되는 불명예를 남긴 것이다. 이로 인해 사법부 위상은 추락했고 권위는 상실됐다. 전직 대법원장이 구치소에 입감되는 참담한 모습에서 땅에 떨어진 우리 사법의 현주소가 보인다.

 구속이 곧 유죄는 아니다. 앞으로 남은 재판을 통해 유·무죄가 가려지겠지만 일단은 사법부의 위상이 만신창이가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찢어지고 해진 사법부의 위상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는 법원의 권위 회복의 문제만이 아니다. 국민의 권리 보장을 위해서다. 사법 질서가 무너지면 인권은 보장 받을 수 없다. 법원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오늘이다.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사법부의 급선무라 하겠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