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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역사상 한 획을 그은 감독들을 살펴보면 특정 장르에 특화된 경우가 많다. 서부극의 대명사는 존 웨인이고, 스릴러의 대부는 히치콕으로 통한다. 우디 앨런은 블랙코미디에 탁월하며, 찰리 채플린은 슬랩스틱 코미디의 아이콘이다. 하지만 오늘 소개하는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감독 스탠리 큐브릭은 다양한 장르에서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낸 인물이다. 완벽주의자적인 성향으로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하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도 유명한 이 감독은 60여 년간 활동했음에도 공개된 작품이 15편 안팎이다. 그 중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1968년에 개봉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SF영화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걸작이다.

 이 작품은 원시시대부터 미래까지의 인류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인류가 유인원이던 시절 낯선 돌기둥인 모노리스가 나타난다. 이를 접한 유인원들은 다른 집단의 유인원보다 빠르게 진화해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어느 날 물웅덩이를 두고 싸우던 중 도구를 활용할 수 있는 원숭이는 동물의 뼈를 들어 상대방을 공격한다. 이윽고 공중으로 힘껏 던져진 뼈는 광활한 우주를 비행하는 탐사선으로 바뀐다.

 시간이 흘러 첨단사회에 진입한 인류는 달의 뒷면에서 나오는 특이 신호를 감지하고, 그 전파가 목성으로 향함을 알게 된다. 이를 탐사하기 위해 디스커버리호의 다섯 승무원과 인공지능 로봇 HAL(할)은 목성으로 출발한다. 그러나 뜻밖의 기기 오작동이 발견되고, 비행선의 선장과 승무원은 인공지능 할을 정지시키고자 한다. 이를 눈치챈 할은 먼저 손을 써 대원들을 차례로 죽인다. 하지만 결국 선장 데이브는 인공지능의 생각패널을 분리해 시스템을 초기화한다. 그 과정에서 로봇 할은 죽음의 공포를 느낀다.

 사실 이 영화는 명확한 인과관계와 분명한 서사로 구성된 작품이 아니다. 상징적이고 함축적인 이미지로 결합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인류의 기원을 탐구한다는 큰 뼈대를 제외하면 세세한 이야기는 관객들 각자의 몫으로 남겨 둔 열린 해석의 작품이다. 따라서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 영화는 우주에는 인류보다 더 발전된 문명의 세계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것과 폭력으로 쌓아 올린 인류의 발전사를 은유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나아가 광활한 우주 속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해 주며, 인공지능 로봇 할이 인간과 빚는 존재의 갈등을 통해 로봇과 인간의 경계를 되묻고 있다.

 비록 서사적인 구성이 다소 낯선 측면은 있지만 이 영화의 높은 시각적 성취도는 시대를 초월한다. 올해로 개봉 51주년을 맞이한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인류가 달에 도달하기 전 만들어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완벽에 가까운 우주를 담았다. 이는 미 항공우주국 NASA의 자료들을 바탕으로 과학적 고증을 철저히 한 감독의 완벽주의적 성향의 결과라 하겠다. 광막한 우주를 실제에 가깝게 표현한 영화의 미장센은 때로는 경이롭게, 때로는 고독하고 외롭게 그려지며 관객들로 하여금 우주를 직접 체험하는 효과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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