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상징하는 대표 콘텐츠는 바로 ‘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계절이 존재해 겨울이면 눈을 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24일 수도권에 8.8㎝의 ‘눈폭탄’이 내렸다. 관측 사상 가장 많이 내린 ‘첫눈’이었다. 올 겨울도 많은 눈이 내릴 것이란 기대 속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얼음왕국’을 기대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설경은 여기까지였다.

 올해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눈을 구경하기 힘들다. 실제 올 겨울 수도권 적설량은 평년의 15%에 머물고 있다. 첫눈 이후 12월에 두 차례 내린 것이 전부였고, 새해에는 단 한 차례도 눈이 오지 않았다. 특히 강릉과 광주, 부산, 제주 지역엔 단 하루도 눈이 내리지 않았다.

 이처럼 눈이 내리지 않는 이유는 사흘은 춥고 나흘은 따뜻한 ‘삼한사온’ 공식이 깨진 것과도 관련이 있다.

 원래 한반도 겨울은 찬 대륙성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추위가 찾아오고, 이동성 고기압이 지날 때는 서풍이 불며 따뜻해진다.

 눈은 대륙 고기압에서 이동성 고기압으로 바뀔 때나 이동성 고기압에서 대륙 고기압으로 바뀔 때 기압골이 생기면서 내린다.

 하지만 올해는 한반도에 대륙 고기압과 이동성 고기압이 번갈아 오기는 했지만 주기가 길어 기압골이 생기지 않았다. 대신 고농도 미세먼지가 왔다. 즉 ‘삼한사온’이 가고 ‘삼한사미(3일은 추위, 4일은 미세먼지)’가 된 것이다. 올 겨울은 말 그대로 춥거나 숨막히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눈이 내리지 않자 겨울축제 개막을 목전에 둔 주민들의 속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아름다운 설경을 자랑하던 전국 주요 관광지들은 하얀 자태를 잃어버렸다. 매년 수십, 수백만이 찾던 관광객들조차 찾아 보기 어렵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며 전 세계에 대한민국 겨울의 맹위를 떨쳤다. 하얀 눈 덮힌 평창은 아름다운 자태를 선보이며 전 세계인을 매료시켰다.

 2019년 겨울. 이번 겨울은 하얀 겨울이 아닌 뿌연 겨울로 기억되고 있다. 자칫 먼 미래 우리 아이들에게 ‘눈’이란 과거 영상 속에 존재하는 겨울의 꽃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