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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수 대림대 교수

최근 영화 중 대도시 한복판에서 전시장에 있던 자동차가 해킹을 당하면서 수백 대의 자동차가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주인공을 위협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가 가장 많이 본 영화의 하나인 ‘터미네이터’도 고도의 컴퓨터가 자신을 위협하는 인류를 말살하기 위해 핵전쟁을 일으키고 로봇을 조종해 남아 있는 인류를 공격하는 줄거리이다. 허무맹랑한 이야기이고 먼 미래에나 있을 법한 줄거리인 만큼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내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인 석학들이 앞으로 미래의 인류 생존을 가장 위협하는 대상으로 인공지능을 지적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지금도 설마 하는 심정으로 우리 세대에는 오지 않을 상상의 이야기라 폄하하기도 한다. AI라 불리는 인공지능이 현재 예전과 달리 급격하게 진보되고 있다. 나도 1980년 초 공부를 하면서 당시 신경회로나 뉴럴 컴퓨터라고 하여 일반 컴퓨터와 다른 원리를 공부한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당시 지렁이 뇌 수준이어서 파리 뇌 수준 정도로 올라가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하면서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라 생각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얘기가 달라지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이 글로벌 바둑석학인 이세돌과 세기적인 대결을 펼치면서 급격하게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이미 의학계에서 판단하기 힘든 수술을 결정하기도 하고 자금 투자처를 결정하기도 하며, 기후변화 예측 등 벌써부터 인간을 능가하는 분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향후 변호사들보다 훨씬 남다르게 변호를 대신하는 등 각 분야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분야가 급증할 것으로 판단된다. 머지않은 미래에 석학들이 우려하는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을 도와주고 보조해주는 역할을 넘어 도리어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되는 아이러니가 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적용되는 분야 중 가장 우려가 되는 분야가 바로 자동차일 수도 있다. 자율주행차라고 하여 인간을 대신해 빠르고 완벽하게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이동시켜주는 개념으로 등장한 자율주행차의 발전 속도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 6단계 중 4단계인 레벨3 수준의 자동차가 올해부터 본격 등장한다. 이 정도이면 한산한 고속도로에서 잠시 동안 운전대를 놓고 다른 일을 볼 정도로 높아진 수준이라 판단하면 된다. 물론 아직은 본격적인 자율주행이라 할 수 없고 자율주행 등 관련해 발생하는 사고 등 모든 책임은 운전자가 져야 한다. 아직은 보험도 없으며, 운전자의 운전을 보조해주는 단계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운전 중 운전대를 놓고 음료수 병따개를 따거나 옆자리에 있는 물건을 잡는 등 간단한 일을 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10여 초만 운전대를 놓아도 경고가 울리면서 빨리 운전대를 잡으라는 신호가 오기도 한다. 문제는 운전은 나눠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어서 100% 운전자가 하거나 100% 자율에 맡겨야 하는 것이어서 자율주행을 많이 경험한 운전자는 점차 자동차에 운전을 맡기는 경향이나 시간이 많아진다. 미국의 고성능 스포츠 전기차인 테슬라의 자율주행 사고가 많은 이유도 바로 이러한 의존도 100%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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