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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아시안컵 대한민국 대 카타르 8강 경기. 0 대 1로 패배한 대표팀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은 파울루 벤투(포르투갈)감독 부임 이후 볼 점유율을 높여 상대 공격 기회 차단, 측면을 활용한 빠른 공격 전환으로 득점하며 ‘지지 않는 축구’를 이어왔다. 그러다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에서 탈락했다. 벤투호의 11경기 연속 무패(7승4무) 행진도 카타르와의 8강전에서 0-1로 무너지며 마침표를 찍었다.

12경기 1패. 벤투호의 표면적인 성적은 나쁘지 않다. 다만, 아시안컵만 한정한다면 저하된 경기력과 비효율적인 공격 전개로 답답함을 안겨 줬다.

아시안컵에서 ‘벤투식 축구’가 망가진 이유는 부상자 속출로 팀 분위기가 위축된 것도 있지만 기성용(뉴캐슬)의 부재를 가장 큰 원인으로 손꼽는 분위기다. 기성용은 필리핀과의 조별리그 1차전 전반에 오른쪽 햄스트링 근육에 통증을 느끼고 교체된 뒤 재활에 힘을 쏟았지만 중도 하차했다.

기성용은 벤투호의 ‘점유율 축구’에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4-2-3-1 전술을 가동하는 벤투호는 공격 전개 때는 좌우 풀백이 사실상 측면 날개의 역할을 맡고, 좌우 날개 공격수는 중앙 쪽으로 파고들어 중원의 공격 숫자를 늘리는 효과를 낸다. 좌우 날개와 공격형 미드필더는 상대 위험지역에서 빠르고 정교한 패스로 수비벽을 허물어 원톱 스트라이커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 주는 데 충실했다. 좌우 풀백들의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 역시 득점 루트였다.

기성용은 중원에서 빠르고 날카로운 대각선 패스로 좌우 풀백 측면 돌파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아시안컵에선 부상으로 전열에서 빠지자 대표팀의 공격 전개 속도는 현저히 느려지고 말았다.

벤투 감독은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한 황인범(대전)을 ‘포스트 기성용’으로 가동하며 공백 메우기에 나섰다. 황인범은 중원에서 공격진을 향해 감각적인 침투 패스를 여러 차례 내주며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기성용만큼의 능력은 증명해 내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중앙 수비수인 김영권(감바 오사카)과 김민재(전북)에게도 대각선 크로스 패스를 주문했지만 볼의 속도가 느리고 궤적도 포물선을 그리는 경우가 많아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했다.

카타르와의 8강전에서는 황희찬(함부르크)의 부상 결장으로 황인범이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고, 주세종이 중원에서 공격 조율의 역할을 맡았다. 이 또한 효과가 없었다. 벤투 감독은 벤치에서 미드필더들에게 측면의 빈 곳으로 크로스를 요구했지만, 볼을 지키는 데 급급했고 백패스만 연발했다. 벤투호는 빌드업에 속도가 떨어지고 불필요한 패스가 난무하는 비효율적인 공격 전개로 스스로 무너졌다. 경기 템포를 조율하며 송곳 패스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어 준 기성용의 공백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벤투호는 이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을 목표로 ‘세대교체’와 ‘대표팀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은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태극마크 반납을 선택했다. 기성용과 이청용(보훔)도 대표팀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 벤투 감독의 당면과제는 카타르 월드컵을 겨냥해 대표팀을 재편하는 것이다.

대표팀은 3월 예정된 두 차례 A매치를 대비해 3월 18일께 재소집된다. 올해 확정된 A매치 평가전은 3월 26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베트남 대표팀과 대결이다. 베트남 평가전에 앞서 3월 한 차례 A매치를 더 펼치며, 6월 A매치 두 경기는 미정이다. 벤투호가 신경을 써야 하는 경기는 9월부터 시작되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이다. 한국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부터 참가하고, 9월~내년 6월 월드컵 2차 예선 10경기를 치른다.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은 40개 팀이 5개 팀씩 8개 조로 나뉘어 경쟁한다. 각 조 1위 팀은 최종예선에 직행하고, 각 조 2위 팀 가운데 성적이 좋은 4개 팀이 최종예선에 오른다.

벤투 감독은 올해 아시안컵을 통해 지난해 아시안게임 때 좋은 활약을 펼쳤던 황인범, 황희찬, 김문환(부산), 김민재, 이승우(엘라스 베로나) 등 1995~1998년생 젊은 선수들을 기용했다. 1992년생 ‘캡틴’ 손흥민(토트넘), 황의조(감바 오사카), 이재성(홀슈타인 킬)에게 대표팀의 중추 역할을 맡기면서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벤투 감독이 아시안컵을 통해 공격 효율성의 저하를 경험한 만큼 3월 소집부터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숙제를 떠안았다. 기성용이 사실상 태극마크와 작별한 상황에서 ‘포스트 기성용’의 역할을 맡아 줄 선수 육성, 불필요한 패스를 줄여 빌드업의 스피드를 끌어올려야만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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