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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분별한 토석 채취로 훼손돼 2014년 2월부터 ‘산지피해 복구공사’가 시작된 김포시의 한 야산이 복구기한인 2018년 7월까지도 복구가 이뤄지지 않은 채 현재까지 방치돼 있다.
김포지역의 한 야산이 개발업체들의 무분별한 개발행위로 복구가 지연<본보 1월 25일자 1면 보도>된 가운데 관할 기관인 김포시도 부실한 관리·감독으로 인해 산림 훼손을 방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산에 묻혔던 문화재 훼손까지 이뤄진 사실도 드러났다.

27일 김포시 등에 따르면 월곶면 조강리 235-4 일대 야산은 2011년 10월부터 A부동산개발업체의 무단 토석 채취 등 불법 개발행위로 인해 2014년 7월부터 복구공사가 시작된 곳으로, 복구에 참여한 업체들의 각종 불법 개발행위로 인해 아직도 복구가 완료되지 않고 있다.

특히 B농업회사법인은 시의 허가를 받기 전인 2015년 6월 마무리 단계에 있었던 기존 복구지역에 대해 ‘당초 진행된 복구공사 구간에 균열이 있고, 기반이 퇴적암이어서 집중호우 시 붕괴가 우려돼 재해 예방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국방부의 조건부 동의를 받아 국방부 소유의 산 58-9 일대까지 복구면적을 확장했다.

현재 공사 방식은 B업체가 제안한 것으로, 시는 이에 대한 적정성 검토조차 없이 허가를 진행해 공사 면적이 확장되면서 산림의 대규모 훼손에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B업체의 신고 당시 재해에 대한 위험이 높았다면 산지관리법을 관할하는 시가 전문기관에 지질조사를 의뢰, 굴착 작업(보링·boring) 등 과학적인 방법을 근거로 한 복구 방법을 해당 업체에 제시해 복구공사를 하도록 하는 절차가 무시돼 무분별한 훼손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장의 암반 상황을 볼 때 ‘코아네트공법’ 또는 ‘잔디식재’ 방법 등으로 해결할 수 있어 넓은 지역을 훼손시키지 않는 기존의 공사 방식으로도 충분히 복구가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시의 부실한 관리로 인해 복구면적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조선 중종의 딸인 인순공주(仁順公主)의 ‘태(胎)’를 묻은 ‘태실(胎室)’마저 소실됐다.

김포지역에 있던 3곳의 ‘태실’ 중 유일하게 원형을 유지해 주민들이 ‘태산(胎山)’ 또는 ‘태봉(胎峰)’ 등으로 불러온 이곳에서는 실제 복구공사 도중 산 정상부에서 ‘태’를 묻은 높이 84㎝, 너비 41㎝, 두께 15㎝ 크기의 비석과 ‘태함(胎函)’ 등이 발견됐지만, 시와 문화재청이 이를 인근으로 이전시킨 뒤 공사를 강행시켰기 때문이다.

주민 C씨는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던 곳을 불법행위와 그에 따른 복구를 이유로 훼손시키면서 공사업체들이 골재 채취 등으로 이익만 챙긴 채 정작 복구는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시의 행태에 분노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시 관계자는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으나 복구공사 방식 변경 당시 복구공사업체 측의 제안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돼 다른 공사 방식에 대한 검토 없이 허가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훼손된 문화재는 복구공사가 마무리되면 원위치로 이전, 복구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이정택 기자 ljt@kihoilbo.co.kr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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