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4일 현 기준금리를(연 1.75%)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연초부터 반도체 등 수출이 급감하고, 세계 성장률 전망치도 낮아지는 상황에서 별 도리가 없었을 듯싶다. 정작 문제는 한 달도 채 안 지난 시점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7%에서 2.6%로 낮췄는데, 이마저도 현실적인 수치인지 걱정이 든다는 점이다. 민간 영역에선 현대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이 2.5%, 경제분석 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와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2.3%라는 전망치를 내놨다. 이유는 자명하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이니 ‘미·중 무역분쟁과 브렉시트, 중국의 성장 둔화’ 등에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로제 같은 반기업적 정책까지 더해지며, 대내적으로도 생산·소비·투자·고용·내수에서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 4분기 GDP가 전기 대비 1.0%나 상승하며 연 2.7% 성장률을 달성한 것도 실상은 과도한 재정지출이 만들어낸 임기응변적 조치에 불과했다. 민간의 성장 기여도는 -0.3% p인데 반해 정부의 성장 기여도는 +1.2% p라는 수치가 이를 방증한다. 이런 식의 비정상적인 땜질 요법에 의존하면 재정의 원천인 세수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재정승수(재정 지출의 국민소득 기여도) 효과도 점점 약화될 수밖에 없다. 승수 효과가 높은 민간 부문이 투자를 견인해야 지속적인 성장과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지금 한국 경제는 국가 비상사태로 주력 산업 모두가 중국에 먹혀 들어가고, 신산업 분야마저 추월당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노동생산성과 경제적 자유도가 열악한 상황인데, 미래 주력산업에 대한 발굴과 투자까지 소홀하니 당연지사 그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정책기조를 전환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못 박듯이 공언한다. 혁신성장을 외치지만, 노동·규제·공공 부문 개혁은 꿈쩍도 하지 않고, 오히려 반기업 정책(상법·공정거래법 개정, 스튜어드쉽 코드 등)만 강조된다. ‘상식과 원칙, 실용과 합리’에 입각한 정책 추진만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성적 비판이 허용되지 않고, 정치적 교리에 사로잡힌 도그마를 깨부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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