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안이라는 장수는 나중 유비의 휘하에 가담했지만 원래는 유장의 파촉 땅 파군을 지키던 맹장이었다. 그는 법정이 형주의 유비를 끌어들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을 치며 탄식했다. "이야말로 궁벽한 산속에 혼자 있으면서 호랑이를 끌어들여 자신의 호위로 삼으려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수작이로다."

 그리고 엄안은 군사를 이끌고 가서 유비를 치려 하는데 때마침 장비가 병사를 이끌고 파군을 향해 온다는 보고를 받자 곧바로 싸울 태세를 갖췄다. 하지만 장비의 계략에 걸려 생포되고 장비가 예의를 갖춰 설득함으로써 유비 진영에 가담하게 되는 것이다. 엄안이 탄식하듯이 동서고금 자신이 잡아먹힐지 모르고 호랑이를 끌어들여 호위로 삼은 일은 비일비재하다. 자신을 위장해 상대로 하여금 자기편으로 믿게 하고 기회가 오면 냉큼 삼키는 이런 꾀가 난세의 적군을 쉽게 무찌른다는 점에서 훌륭한 계략이라고 할지 모르나 오늘날 정치판에서는 그리 좋게 볼 일이 아니다. 상대의 어리석음 덕분에 성공할지는 모르나 국민들의 눈에는 여우와 곰의 우화처럼 보일 뿐이다. 여의도 정치판이 한창 엄안의 탄식처럼 전개되고 있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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