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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21C 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신년 벽두부터 한반도를 둘러싼 이해 관련국들의 움직임이 매우 분주하게 이뤄지고 있다. 북한의 최고통치자 김정은이 특별열차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제4차 정상회담을 개최했는가 하면,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인 김영철이 김정은의 친서를 휴대하고 방미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으며, 이와 동시에 스웨덴에서는 외무성 부상 최선희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간 실무회담이 열렸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양국 간 동맹 균열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일본 해상 초계기가 지난해 12월에 이어 지난 23일 또다시 우리나라의 ‘대조영함’에 근접하는 위협 비행을 함으로써 한미일 안보공조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우리 사회 내부에서는 ‘9·19 남북군사합의와 김정은의 답방(答訪)을 두고 ‘환영과 반대’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5·24조치’ 해제를 비롯해 남북한 관계의 질적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과거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단연 가장 큰 화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제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지금 이순간에도 진보-보수를 아우르는 여야(與野)는 물론이고 국민들 거의 대부분이 그 동향과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김정은은 지난 1일 육성신년사를 통해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을 강변하는 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언제든 또다시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음"을 역설하면서도 "미국이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의연히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가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문제’는 적어도 북한이 ‘핵(核)을 체제보위의 강력한 수단’으로 간주하는 한 그리 녹녹한 과제는 아니며,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무언가 획기적이고 대담한 보상책’을 제시하지 않는 한 ‘혹시나가 역시(亦是)’라는 말처럼 공전(空轉)만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제시한 미국과 북한 간의 연쇄접촉과 협의과정에서 관계자들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그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좀 더 큰 진전을 이뤄냈다"라고 밝힌 점으로 미뤄볼 때, 그리 비관적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북한이 핵개발 중심지인 영변 핵시설에 대한 신고와 사찰을 우선 수용하고, 이에 상응해 미국이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과 함께 일부 석유반입 제한을 완화한다면, 2020년까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Road Map)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 구체적인 면모는 2월 말로 예정된 북-미 제2차 정상회담에서 드러나게 될 것이지만, 이전의 제네바 합의를 통한 대북 경수로 건설사업, 6자회담을 통한 ‘9·19성명’과 ‘2·13합의’ 등이 실질적인 이행-실천조치 마련에 실패했던 점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결국 북한의 핵폐기가 ‘말이나 구호 또는 합의’로만 끝나지 않고 실질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그 원인을 제공한 북한이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핵시설이나 물질과 관련한 세부적인 목록을 제출하고 이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허용, 그리고 완전한 폐기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열(熱)과 성(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것만이 ‘빠져나오기 힘든 수렁’에 갇힌 북한경제를 회생시키고, 김정은 정권하에서 새롭게 대두하고 있는 ‘우리 국가 제일주의’를 달성할 수 있는 첩경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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