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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동인더스파크 전경. /사진 = 기호일보 DB
인천지역 18만 중소 제조업체들이 IMF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당시 중소기업들의 매출액이 반토막 났다면 지금은 그 갑절로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얘기다. 직격탄은 ‘주 52시간제’ 시행이다.

300인 이상 종사자가 있는 중견기업과 대기업에만 해당되는 이 제도가 왜 영세 중소기업이 몰려 있는 인천지역 산업단지에 악영향을 미쳤을까.

이들 기업이 거의 다 대기업의 1∼3차 협력업체여서다. 대기업이 근무시간을 줄이면 일감을 더 받아 일하고 싶은 협력업체도 덩달아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구조다. 대기업은 하청업체가 단축된 납품기일을 맞추지 못하면 곧바로 일감 쪼개기를 통해 제2·3의 하청업체에 납품을 맡겨 문어발식 확장을 한다.

대·중견기업을 시범으로 한 정부의 주 52시간제 도입의 긍정적 효과는 대·중견기업 직원들이 누리고, 부작용은 고스란히 하도급업체의 몫이다. 남동인더스파크에 있는 A사를 비롯해 임가공을 하는 하청업체들이 주 52시간제 도입에 분노한다.

A사는 18명의 직원이 원청사의 의뢰에 따라 스테인리스 등 각종 금속을 원하는 모양과 성질로 가공하는 일을 한다. 연평균 매출액이 약 14억 원으로 매달 1억2천만 원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A사는 원청사의 주 52시간제 도입 전에는 정해진 납품기간에 평균 1천 개의 부품을 가공했다. 하지만 원청사의 근로시간이 줄면서 A사도 더 빨리 제품을 납품해야 됐다. A사는 줄어든 납품기간 탓에 평소보다 200개의 부품을 가공하지 못했다. 일명 ‘빵구’가 난 것이다.

A사가 납품기일을 맞추지 못하자 원청사는 거래 중단을 언급했다. A사의 하소연에 원청사는 임가공업체 B사를 찾아 나머지 200개 부품 가공을 의뢰했다. A사는 인력을 더 늘리거나 적자를 계속 감수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A사 대표가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공장 문을 닫을 각오를 하는 배경이다.

중견·대기업은 하도급업체가 납품기간과 물량을 맞추지 못하면 또 다른 하도급업체를 찾거나 인건비가 싼 해외 공장을 통해 물량을 맞출 수도 있다. 하지만 영세 중소기업은 대안이 전무하다. 잔업으로 물량을 맞추기도 힘들다. 임가공업계 특성상 잔업이 불가피한데 잔업 시 높은 수당을 지불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일본의 경우 오후 5시 이후 연장근로를 하면 오후 10시 전까지는 기본급에 50%만 가산해 적용하고 10시 이후부터는 100% 가산금을 지급한다. 반면 우리 기업은 오후 5시 이후부터 곧바로 100% 가산금을 지급해야 한다.

수출기업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수출제품 단가가 올라가면서 인건비가 싼 중국·베트남 기업과 경쟁이 되지 않는 구조가 됐다.

임가공업계는 ▶50인 이하 중소기업의 주 52시간제 도입 자율화 ▶원활한 인력 수급을 위한 외국인 근로자 고용 활성화 ▶최저임금 적용에 내·외국인 차등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조미르인턴기자 jm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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