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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한섭 부패방지국민운동연합 상임위원
어느 회사원이 퇴근해 집에 도착했는데 열쇠를 분실해 들어갈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옆집의 도움을 얻어 철사와 공구 등으로 자물쇠와 씨름을 했지만 헛고생만 했다. 할 수 없이 인근의 열쇠장이를 불렀고 열쇠장이는 도착하자마자 간단한 도구들로 몇 초 만에 현관문을 열어 줬다.

 너무도 쉽게 해체된 자물쇠를 보고 회사원이 "이런 자물쇠가 도둑을 막는데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고 중얼거리자, 열쇠장이는 "자물쇠는 대부분의 정직한 사람을 정직한 상태로 만들어 놓기 위한 장치일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의 1%는 절대로 남의 물건에 손대지 않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1%의 사람들은 어떤 자물쇠라도 열어서 남의 물건을 훔치려 한답니다. 그리고 대부분 98%의 사람들은 통제장치가 가동하면 정직한 상태를 유지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부정한 유혹을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라면서 "자물쇠는 대부분의 정직한 98%의 사람들을 계속 정직하게 만들기 위한 통제장치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기업은 부정이나 부패 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재무적 손해는 물론 기업 이미지와 평판리스크 등 비재무적 손실까지 발생해 엄청난 타격을 입곤 한다. 사고 발생 후 조사할 때 "왜 사전에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 마련이나 사전 점검활동을 소홀히 했는지"에 대해 질문을 하면 그들은 대부분 "그러한 시스템이나 활동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번 사건은 도저히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과연 그랬을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물론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남의 물건을 훔치려는 1%가 이번 사고를 저질렀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이러한 사고는 대부분 기업 내에 형식적인 통제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아 유혹을 견디지 못한 98%의 사람이 일으킨 사고이다.

 우리는 동네 한 귀퉁이에 매일 버려지는 쓰레기 투기 때문에 각종 경고문과 호소문을 붙이며 고생하던 주민이 초등학생의 아이디어로 인터넷에서 구입한 가짜 모형 CCTV 때문에 골치 아팠던 쓰레기 투기행위가 완전히 근절됐다는 사례 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 않은가? 즉 기업에서 발생하는 부정부패 사고는 이러한 가짜 모형 CCTV라도 있었으면 예방됐을지도 모를 사고가 많다.

 사실 부패를 완벽히 예방하고 탐지할 수 있는 경영 시스템은 없다. 그렇다면, 기업에 부합하는 체계적인 경영 시스템은 어떻게 만들어 나갈 수 있겠는가?

 먼저, 조직의 목적과 관련이 있으며 부패방지 경영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조직의 내외부 이슈를 정해야 한다. 그리고 고객, 하도급업체, 용역 계약업체, 상급기관, 정부 관계자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 발생하는 부패 리스크들을 파악 및 분석한 후 정기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 후 평가 결과를 통해 지속적으로 부패방지 경영시스템을 설계, 분석, 평가하고 개선해야 한다. 다시 말해, 지금 당장은 부패방지의 효과성이 다소 불완전하더라도 계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면서 해당 기업이나 조직에 부합하는 체계적인 경영시스템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다.

 2018년 국제 투명성기구(TI: Transparency International)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부패지수는 조사 국가 중 51위로 평가됐다. 청렴한 기업문화 정착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요구하는 시대적 과제가 됐다. 최근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대기업 등에서 추진하는 부패방지 경영시스템의 ISO37001 인증도 이러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청렴한 대한민국과 부패 없는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이며 우리 모두의 관심사항인 것이다.

 이제 기업들도 부패방지를 위한 경영시스템을 시급히 갖추고 조직 내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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