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회사 총무국에서 한 통의 메일이 왔다. 2018년 연말정산 안내 공지문과 함께 이달 말까지 소득공제신고서와 증빙서류를 제출하란 내용이다. 분명 지난해 이쯤에는 일일이 손수 연말정산 공제신고서를 작성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올해는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통해 파일로만 전달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한편으로 편하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 부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워낙 불편한 시스템이기에 또 오랜 시간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역사는 짧다. 지난 2015년 개통됐다. 특히 이 서비스는 성가신 액티브X·플러그인 설치를 요구하는 대표 공공사이트로 악명 높았다. 접속 시 각종 보안 프로그램을, 로그인을 위해 공인인증서 프로그램을, 증빙서류 조회 시 문서 열람과 캡처방지 프로그램을, 서류 출력시 증명서 위·변조 방지 프로그램을 깔아야 했다.

 ‘간소화’라는 말이 무색하다. 그래도 연말정산은 해야 하기에 인고의 시간에 걸쳐 프로그램님(?)에서 원하시는 요구를 다 들어줘도, 접속인 폭주로 인한 서버 다운, 프로그램 오류 등 거의 이틀 이상은 사이트 방문를 하기 위해 ‘노력 아닌 노력’을 해야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도 불편한 부문을 해소하겠다면서 노 플러그인(No-plugin) 서비스를 지향했지만, 성과는 미진했다. 불과 1년 전, 연말정산에서 ‘액티브X를 제거했다’면서 실행파일(EXE) 설치 방식의 플러그인 서비스를 내놔 빈축을 샀다. 결국 ‘꿩 대신 닭’의 편의주의 행정이었다.

 하지만 올해 연말정산 프로그램에 접속해 보니 달라졌다. 로그인 화면에서 브라우저 인증서 메뉴를 선택했다. USB 메모리에 담긴 공인인증서를 불러내고 가상키보드로 패스워드를 입력해 로그인했다. 바로 공제자료를 조회하고, 출력했다.

 로그인, 자료열람, 출력 과정 중 아무런 부가 프로그램 설치를 필수로 요구하지 않음을 확인했다. 마침내 ‘프로그램 무설치’ 환경으로 구현된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었다. 진작 이래야지. 납세자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행정은 사라져야 할 적폐 중 적폐다. 정부에서 말하는 성실 납세의 출발은 ‘쉬운’ 납세다. 자신이 내는 세금이 내 눈에 제일 먼저 이해되고 보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은 믿는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