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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동암역 지하통로 상가의 상인들이 장사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위탁관리업체와 철도공단사이 분쟁으로 언제 강제퇴거 명령이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김유리인턴 기자 kyr@kihoilbo.co.kr
"장사를 하면 안 되는 곳인지 아무도 알려 주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무작정 나가라 하니 억울할 뿐입니다. 철도공단과 위탁업체 간 소송도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볼 곳이 없어 두려움에 떨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설 명절을 앞둔 30일 오전에 찾은 인천시 부평구 동암역 지하통로 상가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2∼3월이면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그 누구도 정확한 정보는 알지 못했다. 지하통로 상가가 생긴 뒤 8년간 꼬박 월세를 내며 지켜온 상점은 지금 불법 노점 취급을 받고 있다. 상인들은 "도저히 영문을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2011년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동암역 지하통로에 판매시설 부스를 설치해 민간 유통업체에 임대권한을 위탁했다. 동암역 주변의 노숙자나 불법 노점상으로 인한 통행 불편 민원이 많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현재 동암역 지하통로 상가에는 28개 점포에 20명의 상인이 자리잡고 있다.

상인들에게 ‘불법’ 딱지가 붙은 것은 2014년부터였다. 영업신고 없이 음식을 판다는 민원이 부평구에 접수됐고, 그제서야 처음 위생점검이 이뤄졌다. 판매 점포 20여 곳 중 절반가량이 분식 등 음식물을 팔고 있지만 구에 음식물 조리 및 판매 영업신고가 안 된 상태다.

상가 관리업체는 뒤늦게 영업신고 절차를 밟으려 했다. 하지만 지하통로는 정화조 용량이나 건물의 용도 등 조건에 맞지 않아 즉석 제조가공업 영업신고를 할 수 없었다. 벌금은 상인들의 몫이었다. 매달 25만 원을 월세로 내고 있는 A점포는 적발 건수별로 많게는 100만 원까지 벌금을 냈다. 벌금 액수가 가중될 경우 월세를 내지 못해 보증금을 깎은 상인들도 있다.

최근에는 하루아침에 짐을 쌀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더해졌다. 위탁업체가 철도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3심 결과가 조만간 나올 것이라는 얘기가 돌면서다.

철도공단과 위탁업체의 계약기한은 2016년 8월까지였다. 계약 연장을 앞두고 철도공단 측은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점포들을 내보내는 조건을 걸었다. 위탁업체는 상인들의 반발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에서 패소했다. 만약 진행 중인 3심에서 계약 종료로 결론이 난다면 상인들을 당장 쫓겨나야 하는 처지다.

철도공단은 계약 종료 후 새로운 위탁업체를 공개입찰할 예정이다. 신규 위탁업체가 기존 점포들과 계약관계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음식물은 팔 수 없다.

이에 대해 철도공단 관계자는 "위탁업체에서 우리한테 점포 운영계획 등의 문서를 제출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아 그간 불법 영업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며 "상인들이 버티고 있을 법적 근거가 없어 판결이 끝나면 원상 회복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김유리 인턴기자 ky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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